안희정 충남지사가 어제 오전 페이스 북 계정에 올린 탄핵정국과 관련한 글이 눈길을 끈다. 그의 입장은 큰 틀에서 야권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촛불민심을 왜곡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일체의 기도는 중지돼야 하며 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갑작스러운 변수는 어제 오후 대통령의 3차 담화 발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고, 일체를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런 언명에 불구, 이틀 뒤 예정된 야 3당 주도의 탄핵열차를 멈춰 세우기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다만 3차 담화는 향후 정국 흐름에 유의미한 분기점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대통령 자신의 입으로 사퇴카드를 꺼내든 것은 늦긴 했지만 어쨌든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지사도 이런 국면이 전개될 줄은 미쳐 가늠하지 못했을 터인데 그는 페이스 북 글에서 "(대통령은)정치적으로 모든 권한을 내려놓는 즉각적인 퇴진이어야 하지만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해 법률적 사퇴 일시는 조율돼야 한다"고 썼다. 안 지사가 언급한 '법률적 사퇴 시기' 문제는 사실 민감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사퇴하더라도 의회와 정당 지도자들과 상의해 사퇴 시점을 정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3차 담화 일정을 모른 상태에서 쓴 안 지사의 글이 이후에 전개될 정국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 됐다. 안 지사의 해법대로 되든 안 되든 그의 정국인식을 야 3당이 경청해서 손해 날 일은 없다. 이제 대통령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된 현실이라면 정상적 대선 실시를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사퇴 시점을 포함해 선거관리, 과도내각 운영 등에 대해 야 3당의 통일된 입장이 나와야 함은 물론이다. 안 지사는 또 대통령 궐위시 60일 이내 선거에 대해서도 "촉박하다"고 했다. 의회 중심의 정치권이 대통령 사퇴 시기를 논의 해야 한다는 논거의 연장선이다.

3차 담화 이후 정국의 결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탄핵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를 떠나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안 지사가 그런 맥락을 짚었다는 점에서 책임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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