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형

사진=네이버 스틸컷 캡쳐
사진=네이버 스틸컷 캡쳐
눈을 뜨면 속이 답답해지는 이야기들 뿐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쯤 하면 할만큼 하지 않았냐 하고, 다른 이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영화 `형`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어서 였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실컷 웃고, 다시 현실과 부딪힐 힘을 얻고자 영화관을 찾았다.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유도 국가대표 고두영(도경수)은 경기도중 사고를 당해 시각장애인이 된다. 20년을 살아온 집에서 두영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어둠으로 변해버린 두영에 반해 형 두식(조정석)은 두영의 사건을 이용해 가석방 사기극을 벌인다. 앞이 안보이는 동생을 핑계로 1년 간 보호자 자격으로 가석방 된 두식은 두영의 보호자 노릇은 접어두고 두영의 삶을 더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영은 이런 형이 싫기만 하다. "형은 개뿔, 제발 내인생에서 꺼져"라며 인사를 건네고, 사사건건 두 형제는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에게 의지한다.

영화는 두영과 두식으로 분한 도경수와 조정석이 이끌어 간다. 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동생과 형의 이야기다. 도경수는 아이돌 출신으로 영화의 조연과 드라마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에서도 맹인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 해내며 극중 몰입감을 높인다.

조정석은 말이 필요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의 납득이가 떠올랐다. 확장판 같은 느낌이었다. 가벼운 행동과, 그 보다 더 가벼운 그의 대사. 대사의 90%에 욕설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런데 전혀 밉지가 않다. 그냥 친한 친구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도경수와의 연기호흡은 물론 특유의 넉살로 두식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영화의 전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 둘 이외에도 두영의 국가대표 코치 이수현(박신혜)과 두식과 얽혀 있는 대창(김강현)이 등장해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박신혜는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로 남자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뿐만아니라 두식과 두영이 다시 진정한 형제가 되는데 큰 희생을 하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창은 흔히 말하는 씬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동네 백수형, 대형교회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휴학한 신학도 등으로 분하며 형제들 옆에서 익살스러운 존재로 그들과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렇게 영화는 영화 두 사람과 주변사람들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코믹스럽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여기까지는 앞서 밝힌 맹목적인 웃음을 위해 이번 영화를 고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코미디`에서 `드라마`로 옮겨지면서 관객석은 웃음보다는 흐느낌으로 채워져 갔다.

많은 영화의 패턴이 그렇듯 서로 맞지 않은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브로맨스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진다. 그리고 찾아오는 또 다른 위기. 위기를 벗어난 결말. 따뜻하고 기분좋은 OST. 그렇게 영화의 엔딩크레딧은 올라갔다.

유쾌하고 꽤 감동적인 이야기가 영화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의 진행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지나갈 수록 두식과 두영의 이야기는 호흡이 길어졌고, 그에 따라 몰입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많은 영화들이 차용하는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신선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세밀하지 못한 경기장 묘사와 어설픈 중계진의 연기력이 극의 몰입을 방해할 만한 요소였고, 길어졌던 호흡이 영화의 끝으로 향해가면서 또 다시 빨라지면서 영화를 급하게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