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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외교관

2017-01-12기사 편집 2017-01-12 06: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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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영은 왕을 위해 입에 바른말을 하는 신하가 아니었다. 왕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기도 하고 충심을 다해 왕을 보필해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상으로 손꼽힌다. 안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외교관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안영이 초나라의 사신으로 갔을 때 일이다. 작은 키에 왜소한 안영을 업신여긴 초나라 영왕은 사람이 통과하는 문을 대신해 문 옆에 개나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을 열어주며 안영을 지나가게 하도록 했다. 안영은 "이것은 개나 드나드는 문이다. 개나라에 사신으로 온 사람은 개문으로 출입해야 하지만 사람나라에 사신으로 온 사람은 사람 문으로 출입해야 한다. 내가 지금 개나라에 왔는지 사람나라에 왔는지 모르겠구나"라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초나라의 문지기들은 사람이 통과하는 성문을 열어 줬다.

초나라의 왕은 안영과 만나는 자리에 제나라 출신 도둑을 불러 "제나라 사람들은 왜 이리 남의 물건을 잘 훔치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안영은 "귤은 회수 이남에 심으면 귤이 되지만 회수 이북에서는 시고 떫은 탱자가 된다. 토지와 풍토가 달라서 그렇다. 저 죄수 역시 제나라에서 살 때는 도적이 아니라 선량한 백성이었지만 초나라에 와서 도적이 됐다. 초나라의 풍토가 사람들에게 도둑질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초나라의 왕도 안영을 인정했으며 이 같은 일화로 안영은 명성을 더욱 떨치게 됐다

외교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글로벌 시대에 다른 국가와의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표현될 정도로 한 나라의 흥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평생을 외교관으로 활동해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을 앞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대권 도전을 두고 경쟁자들과 지지층 사이에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실정치에 발을 들이면서 경쟁자들은 검증이라는 잣대로 때론 흑색선전으로 선동하기도 할 것이며, 지지자들은 반 전 총장에 대한 허물까지도 덮으려 할 것이다. 외교관으로서,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물론, 인간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단순한 외교관이 아닌 국가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반 전 총장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적합한지를 철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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