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이 급변하고 있지만 한·미·일 군사협력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갈수록 그 실체를 구체화하고 있다. 국방부가 어제 발간한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50여kg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탄두 제조능력과 소형화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담당하는 핵·미사일 전담 '전략군'도 1만 명이나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미국까지도 북핵 사정권에 놓인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주변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와 군사적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H-6 전략폭격기 등 군용기 10여대가 지난 9일 제주도 남방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수 시간 동안 침범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사드배치 결정에 대한 항의시위이자 한·미·일 방어태세를 시험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미·일 모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탄핵정국으로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한데다 정치권에서도 안보는 뒷전으로 밀려있는 형국이다. 미국도 정권교체 과도기를 맞아 한반도 주변 안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소녀상' 문제로 딴지를 거는 것은 물론 한·중과 한·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미·일이 제안한 한·미·일 대잠수함 전투 연합훈련이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연유가 어떻든 한·미·일 군사협력에 틈이 생겨 좋아할 곳은 북한과 중국이다. 그동안 한국이 질적으로 우위를 보였던 군사력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 인해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안보상황이 급변하고 위기가 높아질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말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해오던 군사협력과 훈련도 늦추거나 건너뛸 이유가 없다. 자칫 하다간 한반도 안보 주도권이 북·중·러 3국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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