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관장과의 대화였다. 이 기관장은 "임기내에 분원을 설치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고 했다. 그는 "이미 분원이 설치된 지자체의 단체장이 적극 지원을 약속했고, 본원까지 이전하면 더 좋다고 말합니다. 하하하"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를 들으며 `과학도시` 대전의 현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시작은 1973년이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수립된 `제2 연구단지 건설기본계획`에 따라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되면서 대전은 과학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1978년부터 표준연구소, 원자력연구소, 화학연구소 등이 연이어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16개의 출연연 본원이 대전에 위치해 있다. 지난 40여 년 간 출연연에서는 나로호 발사, 자기부상열차 개발, 중수형 핵연료 국산화 등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했다. 실생활은 물론 국내 과학기술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연구성과들을 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과학도시의 위상은 시나브로 흔들렸다. 출연연의 분원이 전국 각지에 설치되고,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특구법)에 따라 대덕특구와 같은 특구가 부산, 전북, 광주 등 5개로 늘었다. 이에 발 맞춰 출연연의 분원도 50여 개나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역 이기주의, 균형발전 저해 등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주는 근간이다.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외연만 넓히는 분원설치로 국가 과학기술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한 정치인은 2000년 이후 생겨난 50개의 분원 중 37개가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의 요구라고 주장한다. 이에 편승해 출연연도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다.

역설적으로 분원은 설치됐지만 연구원의 수는 이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고, 연구환경은 더욱 열악해져 갔다. 그들 중 상당수는 출연연보다 대우가 좋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고민하고, 이행했다. 연구자로서의 사명감이 아니라 월급쟁이로 전락한 느낌을 받았다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그들로 인해 어쩌면 과학의 근간이 흔들릴지 모른다.

이제 그 기관장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난 3년 간 가장 아쉬웠던 점이 정말 그것 뿐입니까."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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