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새해 들어 연일 맹추위다. 하천과 강뿐만 아니라 서산 가로림만 등 해안 곳곳도 얼음으로 뒤덮였다. 24일 오전 계룡시의 수은주가 영하 17.3도를 기록하는 등 충남지역에도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충남 대부분 지역이 영하 10도를 밑돌았다.

강추위에 출근길에 나선 시민은 두꺼운 옷차림으로 종종걸음을 치기 일쑤고 새벽녘 현장 인부들은 모닥불을 켜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재래시장에서도 난방기구와 담요 등으로 강추위를 이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한파가 맹위를 떨치며 감기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은 외출자체를 꺼릴 정도다.

노점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매서운 추위로 손님이 급감하자 울상이다. 한파로 상점문을 일찍 닫고 귀갓길에 오르는 상인도 부쩍 늘었다.

농민들도 이번 추위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금류 농장주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AI)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시름이 깊어졌고, 축산농가에서는 새끼돼지와 송아지가 강추위에 따른 설사나 동사의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불을 덮어주는 등 안간힘이다.

시설작물 농가에서도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겨울 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심초사다.

주부들은 한파에 따라 신선식품 등 농산물 가격이 급증해 장바구니가 가볍기만 하다. 계란, 라면, 빵 등 서민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마트가기가 겁날 정도다.

더욱이 설 명절을 앞두고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불황으로 예년 같은 설 명절 분위기는 생각도 못한다는 게 대다수 서민의 목소리다. 이번 한파가 어느 해보다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다.

빈말이라도 `곧 나아질 것`이란 덕담을 주고받고 싶지만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각종 경제지표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국내·외 경제기관이 예측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우리 정부는 2.6%를,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은 2.5%를 예상했다. 경제전문가들의 전망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내용이 태반이다.

국내외 정세 불안도 지속되면서 경기회복을 속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민생은 뒷전이다. 한파는 곧 물러나고 봄날이 찾아올 것이다.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 봄은 언제쯤 다가올까? 맹태훈 충남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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