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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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 `눈길`은 어느날 갑자기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소녀들의 이야기다.

2015년 개봉한 영화 `귀향`과 같은 소재이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에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두 영화 사이의 차이점을 찾기보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감동 드라마로 귀향에 비해 적나라한 장면은 없다.

1944년 일제강점기 말,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과 부잣집 막내딸에 공부까지 잘하는 영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소녀. 똑똑하고 예쁜 영애를 동경하던 종분은 일본으로 떠나게 된 영애를 부러워하며 어머니에게 자신도 일본에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남동생과 단 둘이 집을 지키던 `종분`은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일본군들의 손에 이끌려 낯선 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종분은 또래아이들이 가득한 열차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그때 마침 일본으로 유학간 줄 알았던 영애가 열차 칸 안으로 던져진다.

이제는 같은 운명이 되어버린 두 소녀 앞에는 지옥 같은 전쟁이 펼쳐지고, 반드시 집에 돌아갈 거라 다짐하는 종분을 비웃듯 영애는 끔찍한 현실을 끝내기 위해 위험한 결심을 하는데….

학교도 다니고, 글도 읽을 줄 아는 부잣집 막내딸 영애와 그런 영애를 동경하던 가난한 소녀 종분이 끔찍한 곳에서 만나게 되며 운명을 함께하게 된다. 같은 비극을 살게 된 너무도 다른 두 소녀를 그리는 이 영화는 "끔찍한 폭력의 순간을 `영화적 스펙터클`로 이용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였다. 그 폭력으로 아픔을 겪은 분들이 계시고 그것이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이나정 감독의 말처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아픔을 관객과 함께 느끼고 위로하고자 만들어진 작품이다.

함께 아파하고, 서로가 살아낼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외롭고 힘든 순간을 견뎌낸 종분과 영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과 작가, 배우들의 노력이 더해져, 영화는 당시 어린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성공한다. 류보라 작가는 "그 끔찍한 상황을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주변에 나와 같은 친구,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들,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작가의 말처럼 눈길은 위로와 공감의 힘을 이야기 하는 영화이다.

눈길의 작품성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았다. 제37회 반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 최우수상 수상,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24회 중국 금계백화장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수상(김새론), 제67회 이탈리아상에서 대상인 프리 이탈리아상 수상까지 전세계를 아우르는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제18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상영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으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세계가 먼저 주목하고 인정해 우리 시대의 필람 영화로 자리할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여전히 치유와 위안이 필요한 시대,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버텼던 소녀들의 이야기로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며 전국민을 위로할 예정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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