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살육은 육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에서도 호전적이고 잔인한 포식자들이 있고 멋진 살육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바다의 대표적인 살육자를 상어라고 알고 있다. 특히 상어종류 중에서도 백상어와 청상어 등은 위험하고 잔인한 살육자의 대표로 알려지고 있다.

상어 종류는 원시적인 고기이며 몸 안에 뼈가 없고 면도칼 같은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다. 그들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다른 고기를 잡아먹고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바다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먹는 고기들이다. 몸 길이가 7m나 되고 큰 놈은 10m를 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놈들을 바다에서 가장 사나운 살육자로 알고 있으나 바다를 잘 아는 어부나 학자들은 범고래가 가장 사나운 살육자라고 말하고 있다.

동양사람들은 범고래를 범처럼 사납다고 해서 범고래라고 부르고 있으나 서양사람들은 킬러 훼일(고래 살육자)라고 말하고 있다. 동족인 고래도 잡아먹은 놈이기 때문이다.

해양동물전문학자인 영국의 아놀드 박사는 그놈이 동족을 잡아먹은 것을 목격하여 그 광경을 학술지에 발표했다. 1968년 7월 동해에서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때 범고래는 몸 길이가 20m나 되는 큰 고래를 습격했다. 그 고래는 이빨이 없는 고래이기는 했으나 덩치가 범고래의 3배나 되었다. 그런데도 범고래를 서슴지 않고 그 고래를 습격하여 꼬리 부분에 큰 상처를 내놓았다. 사람의 머리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상처였고 거기서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범고래는 그렇게 상처만을 내놓고 그 고래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다. 죽이지 않고 살려둔 채로 두고두고 고기를 먹을 작전이었다. 범고래는 이틀 동안이나 그 고래를 살려 놓고 고기를 뜯고 있었다. 세상에서 그런 잔인한 짓을 하는 살육자는 범고래뿐인 것 같았다.

범고래는 고기가 아니고 육상에서 사는 동물과 같은 짐승이었다.

몸 길이가 7~8m나 되는 동물이었는데 등쪽은 검은 색, 아래의 배쪽은 흰색으로 선명하게 구별되고 있었다. 눈 위에는 둥그런 반점이 있었다.

그 살육자는 웅대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다 동시에 더 없이 사납고 잔인했다. 범고래를 만나는 동물은 예외 없이 죽였으나 사람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놈을 사로잡아 훈련을 시켜 흥행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범고래가 평화적이고 얌전한 짐승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는 없다. 그놈이 바다에서 가장 호전적인 살육자임은 틀림없었다.

아놀드 박사는 1989년에 그 범고래와 백상어가 싸우는 것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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