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라는 유령들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시기가 좌우되겠지만 정국은 이미 `대선판`이다. 지지율 1등 후보는 수성을 위해 여타 후보들은 1위 자리에 오르느라 경쟁이 뜨겁다. 치열한 경쟁으로 속 타는 후보들과 달리 한쪽에서는 냉소론도 적지 않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동일종자론부터, 누가 되든 `별 수 없다`는 회의론까지 냉소론의 프리즘은 다양한다. 냉소론의 한 축은 절망론이 떠 받치고 있다. 절망론은 수도권 보다 비수도권에 더 깊다.

대한민국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더 좁혀 쓰자면 `서울공화국`이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들어서고 지방분권 차원에서 혁신도시가 곳곳에 건설됐지만 돈과 사람과 권력은 여전히 서울 중심이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최소주의 지방자치를 표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조직, 자치입법권, 운영 등 지방자치의 중요 내용을 헌법에 직접 규정하지 않고 모두 다른 법률에 떠 밀고 있다. 헌법에 지방분권주의 선언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의 지위는 헌법적 지위를 갖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법률로 설립된 법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방의 자율성은 낮은 반면 중앙정부의 권한 및 지방자치단체의 중앙의존도는 기형적으로 높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2할 자치`라고 불리는 이유다.

2할 자치를 극복하기 위해선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에 지방정부 종류를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자주재정 및 조세권을 헌법으로 담보해야 한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자치입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한도 없애야 한다. 지방정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 결정에 지방정부 참여 권한도 보장해야 한다. 지금도 행정명령인 대통령령으로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 정책협의회 운영 규정이 있어 정책협의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책집행 지시를 위한 실무기구일 뿐이다. 대통령이 도지사나 시장, 군수의 상전이고 청와대가 시·군·구 위에 군림해서는 영원히 우리나라가 될 수 없다. 지방분권형 개헌을 약속하지 않는 대선 후보는 쳐다 볼 필요도 없다.

지방이 잃을 것이라고는 쇠사슬 뿐이요 얻을 것은 우리나라 전체다. 전국의 지방이여, 단결하라!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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