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놀드 박사는 해양동물연구선을 타고 아프리카 남쪽 해안을 가고 있었는데 여덟 마리쯤 되는 범고래의 가족 무리가 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일대는 돌고래들이 새끼를 낳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범고래무리들도 역시 새끼를 낳기 위해 그곳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새끼를 낳을 때의 돌고래들은 신경질이 되기 때문에 연구선의 선원들도 역시 긴장했다. 80t이나 되는 연구선이었으나 범고래들이 신경질이 되면 안심 못했다.

그런데 돌고래들의 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네 마리의 수컷들이 암컷들과 새끼를 가운데 두고 주위를 경게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상어떼들입니다. 저쪽에 백상어떼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주위를 감시하고 있던 선원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정말 열 서너 마리의 백상어 무리들이 100m쯤 떨어진 저쪽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다의 살육자 백상어들과 범고래가 만난 것이었다. 양쪽 모두 바다에서 다른 동물을 발견하면 그대로 있지 않는 살육자들이었다.

아놀드 박사의 고성능 망원경에 백상어들의 움직임이 잡혔다. 백상어들도 극히 긴장하여 움직이지 않았다.

상어들이 이쪽에 있는 범고래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범고래 무리 중에서 세 마리의 수컷들이 상어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범고래들이 전속력을 내고 있었다. 해양동물들 중에서는 가장 빠르다는 범고래들이 바로 상어들을 습격하고 있었다.

상어들은 아무곳이라도 돌아다니는 무법자들이었으나 그곳은 장소가 좋지 않았다. 그곳은 범고래들이 새끼를 낳는 지역이었다. 범고래들이 새끼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미리 상어들을 덮친 것 같았다.

그래서 바다의 양대 살육자들이 대결하게 되었다.

그건 좀처럼 볼 수 없는 세기의 대결이었다.

세 마리의 범고래들이 열 마리가 넘는 상어무리들을 덮쳤다. 상어들은 그 공격에 당황하여 반격하려고 했으나 틈이 없었다.

돌진하던 범고래가 주둥이로 상어의 아랫배를 들이 받았다. 무서운 힘이었다. 상어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상어는 몸길이가 7-8m나 될 것 같았으며 거의 범고래만큼이나 컸으나 범고래의 공격을 받고 공중으로 4-5m나 떠올라 떨어졌다. 상어는 상당한 충격을 받아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못했다. 상어는 하얀 배를 보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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