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들의 관심이 없는 일에 대해 일방적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되레 반발심만 부추기는 결과만 나오기 마련이다. 부모가 잔소리를 해 가면서 아이들의 행동에 개입을 하면 아이들은 딴청을 피우기 일쑤라는 거다. 강제적이 아닌 어떤 누구의 간섭 없는 스스로 행동하고자 하는 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다.

1980년대 미국 텍사스주는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법을 제정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 없었다. 반발심만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텍사스주는 강제적인 방식 대신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개념없는 짓이고 창피한 일이다`라는 인식을 심기 위한 `Don`t Mess with Texas(텍사스를 더럽히지 마)`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텍사스주는 1년 만에 쓰레기가 29% 감소하고 6년 후에는 72%가 줄어드는 놀라운 효과를 거뒀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아드 키붐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중앙 부분에 파리 스티커를 붙였다. 그 결과 남성들이 소변으로 파리를 조준하다 보니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감소했다. 직접적인 개입 대신 가벼운 간접적 개입으로 다른 이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넛지`라고 한다.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의미의 넛지는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와 카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공저인 넛지에 소개돼 유명해진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 후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어린이 보행중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넛지를 응용한 `노란 발자국 프로젝트`가 붐이다. 노란 발자국은 차도로부터 1m 정도 떨어진 횡단보도 앞 인도에 노란 발자국과 노란 정지선을 그려 아이들이 그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도로 폭원별 보행자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는 160명이며 이중 88.1%인 141명이 폭 13m 미만 생활권 이면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위 노란 발자국이 희망 발자국이 되길 기대한다.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