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017일 대전 우송예술회관서 공연… 고전읽기와 진로찾기까지 `완벽대비`

학교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수업이 교실 문턱을 넘어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이 대표적이다. 줄여서 `창체 활동`라고 부르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국가 수준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교과 이외의 활동을 의미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개 영역으로 이뤄졌다.

창체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입시의 주요 평가 요소가 된 최근 들어 더 많이 주목받는다.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과 외 활동이 좀 더 구체적으로 진로·적성과 연계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런 의미에서 자녀 교육에 민감한 학부모들은 `괜찮은` 문화 예술 공연을 찾느라 분주하다. 예술성이 높은 작품은 학생의 전공과 진로를 결정하는 모멘텀으로 훌륭한 소재가 된다. 일선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뮤지컬과 연극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는 4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대전 우송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레 미제라블- 두 남자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훌륭한 고전(古典)이다. 잘 알려진 대로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1802-1885)의 명작이다.

◇`레 미제라블` 자체가 최고의 창의체험

`레 미제라블`은 소설 만으로도 학생들에게 훌륭한 창의체험 교재가 될 수 있다. 주인공 장발장으로 투영되는 민중의 가난과 고통, 시민혁명 등의 주제는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배움의 이유가 되고, 오롯이 진로·적성과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레 미제라블`을 주제어로 포털 검색을 해 보면 `진정한 포용`이나 `사랑과 용서`, `자유와 희망`, `정의(正義)`, `지방자치`, `프랑스 대혁명` 같은 키워드를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불쌍한 청년 장발장의 자수성가 스토리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이번 공연을 제작한 `(주)N.A컴퍼니`는 청소년들에게 질 높은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에 대한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명작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공연으로 유명하다.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로 김천 국제연극제에서 3관왕을 수상했고, `레 미제라블`은 문화관광부가 공식 후원하는 공연이다.

`레 미제라블- 두 남자 이야기`는 지난해 `시즌 1 공연` 동안 전국에서 5만 여명의 학생들이 관람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롭게 시도되는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출자인 오재익 감독은 "장발장과 자베르라는 두 인물의 갈등에 초점을 뒀다. 장발장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기존 공연들과 달리 두남자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 혁명시대의 경찰 자베르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을 높였다"고 말했다.

◇창작 `레 미제라블`에서 `진로·적성` 찾아볼까?

실제로 이번 공연은 두 인물의 대립 구도와 서로 다른 이념에서 비롯된 갈등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묘사된다. 원작의 흐름과 구성은 최대한 이어가면서 사회적인 인물을 대표하는 자베르와 그릇된 규율에 반기를 든 반사회적 인물 장발장의 이야기로 재조명된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레 미제라블`을 선보인다.

물론 선(善)과 악(惡)의 대결 구도는 팽팽하다. 대신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으로 그려졌던 자베르 형사가 `법치(法治) 질서`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이럴 경우, 학생들은 묘한 감정의 흔들림이 생긴다. 바로 진정한 의미의 `정의(正義)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사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속에서 장발장과 자베르는 모두 `정의`를 외친다. 사람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장발장의 정의는 `타인을 위해 행하는 선의(善意)`일테고, 자베르의 정의는 `법치주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일테다.

중요한 것은 `레 미제라블 - 두 남자 이야기`를 접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를 떠올리고,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를 자각하고, `경제민주화`, `빈부격차`, `재벌 때리기`,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한 셈이 된다.

◇소설과 다른 뮤지컬의 매력

뮤지컬은 생동감 넘치는 무대가 생명이다. 소설의 활자나 대형 스크린 속의 배우들의 연기가 전할 수 없는 생생함이 넘친다.

오 감독은 "객석에서 보는 시선이나 보이는 각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달라진다"며 "연기하는 배우들의 표정 변화나 호흡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뮤지컬 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감동은 치열한 무대 뒤의 연습과 노력의 결과다. 이번 공연은 앙상블 파트가 13명 이상이나 된다. 젊은 혁명가들의 굳은 의지가 담긴 주제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비롯해 짝사랑의 안타까움을 표현한 `On My Own`, 혁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의지와 이를 막으려는 자베르의 다짐,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 장발장의 고뇌까지 한 곡에 담고 있는 `One Day More` ,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이 부르는 애절한 노래 `I Dreamed a Dream` 등 출연 배역과 합창 파트의 호소력 짙은 곡을 듣는 순간 학생들 모두 전율을 느낄 것이라는 설명이다.

◇뮤지컬, 짧은 시간에 체득하는 창의체험

뮤지컬은 공부할 시간에 쫓기며 창의체험활동을 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단 몇 시간 만에 `고전 읽기`를 해결해 주는 장점을 가졌다. N.A컴퍼니가 매년 10만 명이 넘는 청소년 관객을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오 감독은 "뮤지컬은 보통 무대 규모와 훌륭한 배우, 스텝을 뒷받침하는 자본력으로 판가름 나지만 그만큼 입장료가 청소년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좀 더 낮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관객들이 양질의 뮤지컬을 향유할 수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무대장비나 세트를 직접 제작해 비용을 절감하고, 극 구성의 밀도와 연기력, 연출력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사실, 오 감독 자신도 댄서에서 배우, 안무자에서 뮤지컬 연출가에 이르는 다양한 인생의 경력과 이력서를 써왔다. 때문에 관객이 아닌 청소년 후배들에게 전해 줄 말이 많다. 바로 꿈과 끼에 대한 조언이다.

오 감독은 "공연 속 장발장과 자베르는 두 갈래길에서 각자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자베르는 법치를 선택했고, 장발장은 신(神)을 통한 구원을 받은 뒤 사랑과 용서, 포용의 길을 걷게 됐다"며 "저 스스로도 여러 번의 인생의 갈림길에서 최선의 길로 인도한 하나님을 만났고, 고교 시절 밤 무대 댄서로 시작해 안무자로, 또 배우였다가 세종문화회관 수석 안무자까지 서게 됐다. 결국 연출자가 되기 까지는 목마름이 있었다.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정말로 해 주고 싶은 말은 부모나 기성세대가 원하는 좁은문 앞에서 줄 서 있지 말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데 힘을 쏟으라는 것이다. 꿈이 생겼다면 다음은 건강해야 하고, 건강해야 꿈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훈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훈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