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에 이어 닭고기·쇠고기 값이 생활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으로 가축이 대규모로 살처분·매몰되면서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일기 시작한 AI 때문에 3536만 마리의 가금류가 사라졌다. 닭 2941만 마리와 오리 294만 마리, 메추리 301만 마리가 희생됐다. 올해 초 처음 발생한 구제역으로 한우와 젖소 1425마리가 살처분됐다.

2011년부터 2015년 초까지 소와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살처분 보상금으로 농가에 지급한 예산은 1조 8500억 원이 넘었다.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한 2011년 살처분보상금은 1조 6032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살처분·매몰 비용, 보상금 등으로 매년 수조 원의 정부재정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축산농가도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가축방역세`를 걷어 가축질병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가축방역세는 가축을 도축하거나 달걀과 원유를 출하할 때 1%를 세율로 매기거나 상시 사육 마릿수를 기준으로 방역세를 걷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매년 1659억 원에서 1762억 원의 세수가 걷히는 것으로 농촌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방역세를 신설하면 지자체의 방역활동이 원활해질 것이란 게 도입을 찬성하는 쪽의 주장이다. 비용(세금)을 지불한 만큼 농가들이 방역에 더욱 신경을 쓸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축산단체들은 가축질병은 국가적 재난인데도 발생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려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농가가 세금을 냈다는 안도감에 오히려 방역에 소홀할 수 있다는 점도 든다.

청정국인 일본은 양계의 경우 정부의 `살처분 보상금`과 `가축방역호조기금`, 그리고 민간 `AI보험` 등을 재원으로 활용한다. 가축방역호조기금은 농가 스스로 적립금을 조성해 경영 재개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한다. 네덜란드 동물건강기금은 육류와 가금·달걀, 낙농품을 대상으로 살처분 보상을 비롯해 가축통제와 관련된 비용, 평상시 질병모니터링, 방역비용으로 쓰인다. 이들 나라처럼 방역기금을 운용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방역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방역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축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축방역세 신설 문제가 정부와 축산농가들의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풀리길 기대한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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