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이란 뜻의 순 우리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쳤던 이 말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사용하면서 부활했다.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로 정권 창출에 성공하면서 국무총리에 오른 김 전 총리는 1998년 12월 15일 자민련 중앙위원회 연수에서 내각제 개헌의 당위성을 설파하면서 이 말을 사용했다.

김 전 총리는 내각제 약속 이행을 요구하면서 "몽니를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몽니는 각종 언론뿐만 아니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단골메뉴로 등장할 정도로 열풍이었다.

그런데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이란 몽니가 최근 회자되고 있다. 한국에 배치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도를 넘고 있어서다. 중국은 사드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한 고강도 압박에 이어, 지난 15일부터 중국 내 한국 여행 상품 판매를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이후 중국인 이용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친 지방공항 내 면세점이나 주요 식당가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특히 국제선 이용객의 대부분이 중국인인 청주공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3일 청주공항에 도착한 중국 닝보발 동방항공편에 탑승한 중국인 승객은 5명에 불과했다. 이날 오후 닝보발 청주행 이스타항공편 역시 전체 183석 중 9명만 타고 와 탑승률은 4.9%에 불과했다. 외국인 이용객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청주공항은 인적 없는 공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중국이 사드 보복을 중단할 것이란 기대는 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얘기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장기화되면 국내 관광업계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중국의 처분만 기다렸다면 이제는 사드 해법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제 발등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몽니 전술이라도 꺼내 들어야 한다. 김 전 총리가 자신의 정치 운명을 건 협상테이블에서 "몽니를 부릴 것"이라면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압박했던 것처럼.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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