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국민소학독본

국민소학독본.
국민소학독본.
한밭교육박물관에 전시된 여러 유물 중 `국민소학독본`(國民小學讀本)이 눈에 띈다. 국민소학독본은 우리나라 최초의 관찬(官撰) 교과서이다. 책 이름에 `독본`이라는 말을 붙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어과 교과서라고 보는 쪽이 일반적이다.

국어교과서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주제별 내용을 보면 통합교과서에 가깝다. 총 41개 단원, 144면으로 돼 있고, 국한문혼용체로 간행됐으며 전통적인 5침 선장본(책의 오른쪽 고정 부분을 굵은 실로 다섯 번 매어 고정시킨 것을 의미) 형태를 갖췄다. 홍사철(紅絲綴)에 황색 능화무늬의 표지를 갖춘 우아하고 아름다운 장정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애국심과 교육, 경제, 과학, 사회 윤리 등 10개 분야로 나눠져 있다. 주요 내용은 우리나라 전통 문물 및 새로운 문물에 대한 소개, 세계 각국의 역사·산업·풍물 등에 관한 소개로 이뤄져 있고 신교육에 의한 문물의 도입과 부국강병 및 자주 독립에 대한 국민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여러 읽을거리를 한 권에 담아 한꺼번에 내보인 대표적인 `신식 교과서`로 평가받는다.

이 책은 1895년 3월 25일, 전반적인 교육 행정을 맡기 위해 학부 관제가 공포(학무아문을 학부로 개정)된 지 약 5개월 만에 편찬·발행됐다. 그러나 이 책은 출판된 지 15년 지나서야 일선 학교 현장 및 일반에 보급됐다. 일제가 `출판법에 저촉된다`고 해 발매·반포 금지 도서로 묶였기 때문이다.

일제의 경무총감부는 민족의식을 말살하기 위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이 있는 서적에 대해 발매·배포를 금지하고 압수했는데 `국민소학독본` 역시 이에 해당됐다.

특히 이 책 제1과에는 `대조선국(大朝鮮國)` 내용을 넣어 자주 독립국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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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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