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⑦ 한밭교육박물관

조선시대 교육기관 모형 전시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조선시대 교육기관 모형 전시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1938년 6월 8일 준공된 한밭교육박물관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로 대전시 문화재자료 제50호로 지정됐다. 건물 연면적은 2117.6㎡로 구조는 2층 적벽돌 슬레이트 건물이다. 1989년까지 대전삼성초등학교 교사(校舍)로 사용돼온 한밭교육박물관은 노후화된 건물탓에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6·25 한국전쟁 당시에도 북한군과 UN군이 번갈아 주둔해온 이 건물의 역사적 가치가 발견되며 현재까지도 현존하고 있다. 6·25전쟁시 박힌 총알의 흔적은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특색화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되는 한밭교육박물관은 제기차기를 비롯해 굴렁쇠 등 옛 놀이 체험도 할 수 있어 지역민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교육전문박물관

교육전문박물관인 한밭교육박물관은 1992년 7월 10일 `우리나라 최초 개관`하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한밭교육박물관 설립은 서울(1995년 6월)과 제주도(1995년 4월)에도 교육박물관이 설립되는데 영향을 줬다. 개관 당시는 4개 전시실을 운영했지만 점차 확장돼 현재는 4개의 상설전시실과 2개 체험실, 1개 기획전시실로 구성돼있다. 야외 전시장과 체험장을 갖춰 체험활동도 가능하다. 상설전시실에는 전통시대부터 현재까지의 교육의 변화를 다양한 유물이 전시돼있다.

△고대-개화기의 교육전시실= 이 곳에는 우리나라 전통시대와 개화기 교육에 관한 자료와 교육관련 생활민속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서당과 필방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주요 전시 자료로는 전통시대 교육기관의 교재인 사서오경(四書五經), 천자문(千字文), 동몽선습(童蒙先習), 명심보감(明心寶鑑) 등이며 과거 시험 합격증인 홍패와 백패, 문방사우, 편지 등을 꽂아두던 고비, 책을 보관하던 책궤, 책 읽는 횟수를 세는 서산(書算), 산가지 등도 있다. 또 지석영의 언문(1909), 현채의 유년필독(1907), 소학만국지지(1895), 동국역사(1899) 등 개화기 국어, 역사, 지리 등의 교과서도 전시됐다.

△일제강점기의 교육전시실= 내선일체, 신사참배, 국어와 역사의 말살, 창씨개명 등 우리 민족의 혼을 말살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일제의 식민교육의 흔적이 전시돼있다. 주요 전시유물로는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조선어독본, 고등조선어독본, 초등수신서를 비롯해 당시 사용했던 교과서가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개교해 현재까지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는 대전삼성초(대전제1공립보통학교), 대전신흥초(대전제2공립보통학교), 신탄진초(신탄진금봉공립초등학교), 대전중학교의 상장, 졸업장 앨범 등을 비롯해 근대도시로 탄생한 대전의 교육의 역사를 보여준다. 또한 1937년 황국신민화정책이 시행되면서 학생과 일반인에게 암기시킨 `황국신민서사`를 돌에 새겨 교내에 세웠던 황국신민서사지주와 그 아래 기반석으로 삼은 황국신민서사석은 당시 일제의 노골화된 식민교육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의 변천전시실=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교육변화가 교육과정별로 정리돼있다. 군정청 시절 발행된 한글첫걸음(1946), 우리말 도로찾기(1946), 국사교본(1946)부터 한국전쟁기의 높은 교육열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생활·전시부독본(1951), 국민교육헌장 그림책, 교련, 우리들은 1학년 등 교육과정별 주요 교과서를 볼 수 있다. 또 중학교 무시험 입학의 대표적 유물인 무시험 추첨기와 등사기, 각 과목별 공책과 그림일기장, 교사들의 학급경영록 등도 있어 근·현대 교육 변화의 크고 작은 모습들을 직접 확인하고 느껴볼 수 있다. 한국전쟁 전·후 학생들의 생활상과 노천교실부터 1960-70년대 교실 모습이 모형으로 전시돼 당시의 교육 현장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교육기관 전시실= 서당과 향교, 서원, 사부학당, 성균관이 디오라마로 한 눈에 펼쳐져 있는 곳이다. 5개 교육기관의 건물 배치, 주변 환경, 생활 모습 등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서당 주변에는 조선시대의 마을모습, 세시풍습으로는 동제, 논 갈기, 밭농사, 주막, 결혼식, 출생, 돌, 베 짜기 등이 있고 민속놀이로는 산대놀이, 씨름, 널뛰기, 연날리기 등이 있어 조선시대의 생활상도 함께 볼 수 있다.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된 체험시설

박물관 1층에 마련된 2개의 체험실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 옛 교실은 1950-70년대까지 사용된 당시 초등학교 교실의 모습이다. 내부에는 1-3인용 나무 책걸상과 풍금, 교단, 흑칠판, 괘도, 난로 등이 보존돼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검정 교복과 교모, 교련복까지 함께 있어 추억 속 학창시절의 기억을 느껴볼 수 있다. 학생들은 부모 세대들의 학창시절을 체험해 볼 수 있다. 2인용 나무 책걸상에는 자리싸움의 표시인 소위 `38선`이 아직도 선명하다. 난로 위 양철 도시락과 조개탄, 왕겨탄 등은 시간의 흐름을 더욱 보여준다. 옛 교실에서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교육박물관은 동창회, 반창회 등의 단체에 옛 교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유물체험놀이실은 지난해 새롭게 조성된 곳으로 옛 조상들의 교육문화와 의식주 생활을 다양한 유물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체험실이다. 고서를 직접 넘기며 확인할 수 있으며, 천자문 퍼즐 맞추기, 짚신과 유생복 입어보기, 떡살 문양찍기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체험내용은 올해에도 계속 추가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기획전시실은 매년 2-3회 다양한 교육을 주제로 특별전이 개최된다. 현재는 `추억의 옛 학교행사`라는 주제로 입학과 졸업식, 운동회, 소풍과 수학여행의 변화들을 보여주고 있다. 졸업매달과 졸업통, 나무곤봉, 청군백군 모자, 도시락과 물통, 새우깡 봉지까지 지금은 사라지거나 달라진 각양각색의 관련 유물을 볼 수 있다. 또한 각 시기별, 학교별 소풍 운동회 모습 사진들도 전시돼 있다. 전시연계 체험으로는 콩주머니 던지기도 마련되어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황국신민서사지주`와 일제강점기 시기 대전삼성초등학교의 교문 지주와 연자방아, 맷돌 등 생활민속 자료, 측우기, 자격루 등 주요 문화재 복원품도 전시돼있다. 향나무로 둘러싸인 박물관 마당에서는 투호, 굴렁쇠, 굴렁이, 제기 등도 할 수 있다. 박물관 1층 중앙현관에 마련된 `기증자 명예의 전당`에는 1991년 개관 초기부터 현재까지 교육박물관에 무상으로 유물을 기증한 분들의 명패 약 650여 개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교육박물관의 유물은 현재 3만 7000여 점에 달한다. 교육박물관은 앞으로도 교육관련 유물을 지속적으로 기증받아 우리의 교육 역사와 문화가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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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교육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교육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교육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일제강점기 교육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추억의 교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추억의 교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추억의 교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추억의 교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야외 전시장에서 학생들이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야외 전시장에서 학생들이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야외 전시장에서 아이들이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야외 전시장에서 아이들이 민속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한밭교육박물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한밭교육박물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기증자 명예의 전당.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기증자 명예의 전당.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교육과정의 변천 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교육과정의 변천 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고대-개화기 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고대-개화기 전시실 내부 전경. 사진=한밭교육박물관 제공

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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