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둔산여고 학생들이 배달원에게 음식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이호창 기자
지난 20일 둔산여고 학생들이 배달원에게 음식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이호창 기자
대전 둔산여고에 입학한 신입생 이모(16) 양은 매일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 어떤 음식을 먹을 지 친구들과 고민한다.

입학한 지 한달이 다 되도록 급식실 내부 인테리어가 끝나지 않아 학교 급식실에서 제공하는 급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양은 "오늘 저녁은 친구 3명과 라면과 김밥을 사다 먹을 계획"이라며 "점심에도 친구들과 함께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 하루 빨리 급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대전지역 일부 학교의 건물 인테리어 등 내부공사가 끝나지 않아 학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21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급식실 현대화 사업을 위해 지난 1월부터 둔산여고와 둔원고, 노은고 등에 대한 급식실 공사를 진행했다. 이들 학교의 급식실 공사는 지난 20일 모두 끝났지만 현재는 청소 등 준비작업 때문에 급식실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공사는 노후화된 급식실을 현대식으로 바꿔 위생적이고 쾌적한 환경속에서 학생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둔산여고 급식실 개선사업에 쓰인 예산은 10억 원, 둔원고와 노은고에는 각각 8억 4200만 원이 편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20일 둔산여고 정문에서 만난 학생들에 손에는 라면과 김밥, 빵 등이 들려있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분식집과 편의점 등에서 음식을 사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 학생들은 학교의 급식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학교 측이 제공하는 `도시락 공동구매`나 외부 음식을 사와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특히 정문에는 배달음식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대거 눈에 띄었다. 배달부의 오토바이들은 정문에서 쉼 없이 학생들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돈을 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17) 양은 "오늘은 친구들과 도시락을 먹기 위해 주문을 했다. 몇 일째 급식을 먹지 못하고 음식을 시켜 먹어 불편하다"며 "지금도 배달 오토바이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학교 주변 도시락 업소들은 학생들의 음식 주문이 크게 늘어 반색을 표하는 상황.

한 음식점 배달원은 "얼마전부터 둔산여고 학생들의 주문이 많다"며 "정확히 얼마 늘었는지 통계하기는 어렵지만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 학생들의 음식 주문이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당 학교와 시교육청은 오는 23일부터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야간 공사까지 진행하는 등 공사를 서둘렀다"며 "인문계고 같은 경우 수능 때문에 학기중에는 공사가 어렵다. 또 예산 편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부득이 하게 지난 1월부터 공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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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각 식당 배달원들이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호창 기자
지난 20일 각 식당 배달원들이 음식을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호창 기자

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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