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은 인간의 뇌를 모방해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지능력을 가진 인공두뇌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재단에 따르면 인공두뇌 시스템(뉴로모픽 시스템)은 인간 두뇌의 신경계에 존재하는 생물학적 구조를 모사하는 전자회로를 지칭한다. 최근에는 학습 알고리즘을 더해 인공지능 구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최성진 교수(국민대)·김성호 교수(세종대) 공동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기반으로 뇌의 신경세포처럼 작동하는 신경세포모방소자를 개발했다. 기존의 컴퓨터가 정보를 0과 1의 디지털 방식으로밖에 인식할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신경세포모방소자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특성을 모사하여 사람의 뇌처럼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연구팀은 개발된 신경세포모방소자에 인간 두뇌에서 시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신경망의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사람의 실제 필기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살펴봤다.

그 결과 완성된 인공두뇌 시스템은 수만 번의 반복 학습을 통해 사람의 다양하고 서로 다른 필기체 이미지를 기억하고 구별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의 컴퓨터가 소프트웨어로 이미지를 구별한 것과 달리 하드웨어 자체가 이미지를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연구에 비해 신경세포모방소자의 아날로그 동작 특성이 10배 이상 개선돼서 사람 필기체의 이미지 패턴에 대한 인식의 정확도가 80% 정도로 나타났다. 또 누설전류의 감소로 전력소모도 기존 대비 100분의 1 이하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성호 교수는 "이 연구 성과는 상용화 수준의 고집적화가 가능한 신경세포모방소자를 개발하고, 이를 인간의 학습 알고리즘과 융합해 실제 패턴 인식이 가능한 인공두뇌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이는 알파고처럼 기존 컴퓨터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며 "하드웨어 자체가 인간의 뇌처럼 동작하도록 하여 인공지능 기술의 또 다른 길을 연 것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 스마트 로봇,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지능형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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