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코끼리가 침입한 집에는 열서너 명이나 되는 일꾼들이 잠을 자고 있었는데 침입한 코끼리는 그중에서 한사람만을 죽였다. 그 코끼리는 수용소에서 사육사를 죽이고 달아난 병든 코끼리였다. 그리고 전날 밤 그놈이 죽인 벌목회사 일꾼도 바로 그놈을 사육했던 사역사의 조수였다.

병든 코끼리는 자기를 부렸던 사육사를 죽이고 난 뒤에도 그 조수까지도 죽였던 것이었다.

살해된 사역사 조수는 사역사가 코끼리에게 살해된 다음 수용소에서 나와 벌목회사에 들어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코끼리는 기어이 그를 찾아내 죽였던 것이다.

그 코끼리가 어떻게 벌목회사에 들어간 조수를 찾아냈을까.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었으나 코끼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코끼리의 코는 초능력의 후각을 갖고 있었다. 코끼리가 그 긴 코를 안테나처럼 위로 뻗어 올려 휘둘으면 몇 십리 밖에서 나는 냄새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코는 몇 달전에 감지했던 냄새도 보존하고 있었다. 놈은 자기를 부렸던 사육사나 그 조수의 몸 냄새를 오래도록 보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기를 괴롭혔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 복수를 할 것이었다.

코끼리의 코는 그렇게 예민한 후각을 갖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기를 괴롭혔던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무기가 되기도 했다.

마프트병에 걸린 코끼리들은 자기를 직접 다루었던 사역사들뿐만 아니라 코끼리를 사역하는 사역사들 모두를 증오했다. 따라서 자기를 사역했던 사역사와 그 조수를 죽인 코끼리가 그것으로 복수를 끝낼 것이 아니었다.

벌목회사의 일꾼 기숙사에는 코끼리를 사역하는 사역사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도 위험했으며 그들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 코끼리의 발자국이 그런 일꾼들이 잠자고 있는 숙소 주위를 돌고 있었다. 놈은 병든 코끼리를 수용하고 있는 수용소에서 탈출했을 때 자기를 묶어둔 말뚝을 뽑아버렸으나 그 말뚝에 연결되고 있던 쇠사슬의 일부는 풀지못하고 질질 끌고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어둠속에서도 질질 끌려다니는 쇠사슬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놈이 남겨놓은 발자국에도 그 쇠사슬의 자국이 남아있었다.

벌목회사 일꾼들에게는 그날 밤은 공포의 밤이었다. 그들은 질질 끌려다니는 쇠사슬의 소리를 듣고 잠을 자지 못했다.

"오냐. 이놈 어디 오늘 밤에 나타나기만 해봐라"

가르토는 그 날밤 혼자 벌목회사 일꾼들이 자는 합동숙소 주위를 순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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