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는 각종 선거에서 정당과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내놓는 공약의 구체적 목표와 재원 마련책 등을 문서로 공표하는 서약서와 같은 개념이다. 이 개념은 1834년 영국의 로버트 필 보수당 당수가 최초로 도입했다. 그는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겉만 번지르르한 공약은 결국 실패한다`고 주장하며 구체적인 공약제시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개요를 발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매니페스토는 영국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영국에서는 이후 각종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약들이 담긴 매니페스토를 서점에서 판매해 조용한 선거를 치르게 된다. 영국 정치인들 가운데 매니페스토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손꼽히는 사례는 1997년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당수였다. `영국은 훨씬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토니 블레어가 표지를 장식한 노동당의 매니페스토에는 노동당의 10대 공약을 분야별로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10대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재원 마련 방법도 설명해 놓으면서 영국민들에게 큰 지지를 얻어 다수당으로 선택받았고, 영국 역사장 가장 젊은 총리가 됐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매니페스토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관심이 높아졌다. 2008년부터는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자신의 공약과 추진계획 등을 홍보물에 담아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매니페스토처럼 되려면 멀기만 하다. 실현가능성보다는 선심성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에게 선택받길 원하고, 선거를 앞두고 공약을 급조하는 일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권력을 얻으려는 목표에만 몰두하는 정치환경이 더욱 빈약한 공약들을 양산해 내고 있는 듯하다.

19대 대통령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다. 차기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둘로 갈린 국론을 다시 하나로 화합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강대국들과의 외교력도 발휘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해마다 심화되고 있는 불황의 늪에서 대한민국 호를 이끌어 내야 한다.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살펴보고 누가 대통령으로 적임자인지 선택해야 한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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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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