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연계 가능한 표준형 보드 개발에서 오픈 소스화까지

대전교육정보원 민한식 연구사

생각을 현실로…살아있는 SW교육 디딤돌

세계 최초로 표준형 코딩 교육용 보드가 출시돼 화제다. 대전교육정보원 민한식 연구사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함진호 책임연구원이 만든 `에듀 메이커보드(EDU Maker Board)`는 국내 학교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와 `엔트리`를 초·중·고교에서 수준별로 학습할 수 있도록 표준화한 범용 보드다. 특히 컴퓨터 상에서 구현되는 동작을 현실에서 구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설계도와 회로도 등을 오픈 소스로 제공한 점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저작권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코딩 교육에 활용할 수 있고, 관련 교재도 온라인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당장 교육부가 추진하는 2018학년도 SW교육 의무화 사업과 맞물려 학교 교사들이 소프트웨어(SW)수업에서 자유롭게 편집해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교재를 기반으로 사이버 강좌까지 개설해 `보드+교재+콘텐츠+교사연수` 등 메이커 교육을 위한 모든 것을 갖췄다. 일선 초·중등학교에서는 SW교육 정규 수업에 필요한 코딩 실습용 보드와 교재 구입비를 현저하게 낮췄다는 평가다.

개발자인 민한식 연구사에게 `에듀 메이커보드`의 탄생 과정과 SW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돼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 아이디어가 곧 기업이 되고,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手作문화)`가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에듀 메이커보드의 탄생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고 합니다. 벤츠의 CEO인 디터 제체(Dieter zetsche)가 한 말이죠. 자동차 뿐만 아니라 비행기,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모든 제조업 제품의 경쟁력은 내장된 소프트웨어에 달려있어요. 하지만 세계 제일의 하드웨어와 생산량을 자랑하는 한국 휴대폰의 소프트웨어 국산화율은 놀랍게도 15%에 불과합니다.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지만 하드웨어와 결합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SW교육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하지만 교육부나 미래부 모두 총론에 그치고 있어요. 일선 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래밍 도구를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각론은 거의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프로그래밍 도구와 SW교육용 도구가 너무 많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입니다. 제가 표준형 코딩 교육 보드 개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에듀 메이커 보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SW교육을 위한 최초의 표준형 보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 마다 담당 교사가 스크래치나 엔트리, C언어, 파이선 등 자신이 아는 방식으로 수업을 해요. 학생들은 혼란스럽겠죠. 그래서 SW교육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활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교육용 보드를 개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기존 교육용 보드의 단점인 낮은 확장성을 극복하고 회로 설계를 최소화했어요. 블록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나 엔트리와 연동을 통해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모두가 자신의 상상을 쉽게 현실로 구현하도록 했습니다."

-이미 시중에 출시된 메이커 보드들이 많은데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에듀 메이커보드는 아두이노를 기반으로 합니다. 스위치, 가변저항, 센서, 초음파 센서, 블루투스 등의 `입력장치`와 LED, 릴레이, 부저, DC 모터, 서보모터 등의 `출력장치`로 구성돼 있어요. 기존의 메이커 보드와 큰 차이점은 바로 출력장치입니다. MIT가 개발한 스크래치용 피코보드도 화면에서만 구현돼요. 아날로그 센서 4개가 온도나 빛, 밝기 등의 센서 입력을 받도록 했지만 회로가 고정돼 있어서 출력이 되질 않아요. 한국창의과학진흥원의 코드이노 역시 빌트인, 슬라이드 가변 입력방식이어서 버튼으로 다양한 입력은 가능하지만 출력이 안 됩니다. 상상했던 것을 컴퓨터 화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죠. `에듀 메이커 보드`는 인터페이스 보드를 결합해 선만 꽂으면 LED를 켜거나 상하좌우 가변저항까지 가능합니다. 또 초음파 센서를 통해 장애물 감지도 할 수 있어요. 블루투스로 무선통신을 제어할 수 있고, 전기자동차의 구동원리나 드론의 비행 원리까지 구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회로와 장치 이름을 한글로 설명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점도 큰 차이점입니다."

- 저작권 공개를 통해 오픈 소스화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보드 제작에 필요한 회로도와 인쇄회로기판(PCB) 설계도면 등 관련 정보를 무료로 오픈해 누구나 자유롭게 제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에듀 메이커보드의 교육용 교재 원문파일도 모두 공개했습니다. 이유라면 간단합니다. SW교육이 성공하려면 학교 교사들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모르는데 아이들이 잘 배울 수 없겠죠.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수활동에 필요한 보드와 교재를 제공한 겁니다. 17차시를 기준으로 32개 과제를 수준별로 난이도를 조절해서 한글파일로 공개했어요. 각 언어별로 교재 개발이 마무리되면 선생님이 어떤 언어나 보드로 배웠든지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수업 동영상도 촬영해서 공개할 예정이구요. 우리 아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된 동량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나 홀로 개발`에 착수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특성화고교에서 회로설계와 마이크로 콘트롤러를 가르쳤어요. 수업에 필요한 공부를 하다 보니 회로설계책 등 전공 관련 책도 여러 권 썼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수능 직업탐구 영역에 프로그래밍이라는 교과가 있었어요. 수능 출제위원으로 10여 차례 활동하면서 SW교육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 같습니다. 특성화고에서 교육용 보드를 만들어 프로젝트 수업을 해 보니 효과가 매우 좋았어요. 마침 정부가 SW교육을 전면 실시한다는 소식에 기뻐했는데 상용화된 모델이 많지만 공교육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표준모델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개발이 시급한데도 교육부나 컴퓨터학회 모두 나서지 않더라구요. 나 라도 나서야겠다는 심정으로 시작했는데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 때 ETRI 함진호 박사를 만났어요. SW교육에 필요한 표준모델 개발에 대한 공감과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 주셨죠. 회로와 보드 설계에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에듀 메이커보드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아낌없는 기술 자문을 해 준 것에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함 박사님의 기술지식과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표준보드가 탄생했습니다."

- 새로운 혁신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起業家)`와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SW교육이 있는데 앞으로 `에듀 메이커보드`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이미 세계 각국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IT업계를 주름잡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SW교육을 통한 창의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에 주목하고 있어요. 융복합 시대에 창의적인 인재는 다양한 경험적 요소와 기본적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 다이슨이 만든 `날개 없는 선풍기`는 원래 일본 도시바가 날개가 몸체에 들어있고, 바람을 회전판에 보내면 유체 역학에 의해 바람이 증폭하는 원리로 80년대에 특허출원했어요. 특허기간이 끝나자 마자 다이슨은 이를 제품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창조는 맨 처음 만드는 것이지만 기존의 지식을 결합해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것은 창의입니다. 에듀 메이커보드는 학생들이 꿈꾸는 공학적 요소를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결합해 생각을 현실로 이끄는 도구입니다. 생각의 결과가 외부로 출력되면 무인자동차가 되고, 드론이 되고, 로봇이 됩니다. 창의적 인재를 배양하는 가치있는 장남감이 되길 소망합니다."

-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에듀 메이커보드는 첫 표준형 교육 보드입니다. 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학교 교육이 이 보드를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 대전지역 각급 학교에서 에듀 메이커보드를 통해 표준화된 SW교육을 진행하고, 교육 보조자료를 운영해 SW 코딩교육이 가능한 교원들이 많이 배출됐으면 좋겠습니다. 표준화된 보드를 각 학교가 활용함으로써 선생님들의 이해를 돕고, 초기 SW교육의 안정적 정착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공동 개발한 만큼 에듀 메이커보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 갈 우리 학생들이 융합인재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랍니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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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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