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왕겨를 이용한 나노 실리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한 연구팀. 왼쪽부터 이해인 연구원, 국진우 연구원, 조원철 박사, 서명원 박사, 손성혜 연구원.
왕겨를 이용한 나노 실리콘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한 연구팀. 왼쪽부터 이해인 연구원, 국진우 연구원, 조원철 박사, 서명원 박사, 손성혜 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원철·서명원 박사 연구팀이 `왕겨`를 이용해 개발한 나노 실리콘 대량생산 기술이 세계 최고의 나노화학 분야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됐다.

대표적인 농업 부산물인 쌀의 겉껍질 왕겨는 국내에서만 매년 70만t씩 발생한다. 왕겨에는 실리콘 원료인 나노구조 실리카가 20% 들어 있어 이 실리카를 실리콘으로 환원시키면 부피 팽창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차전지 음극재를 만들 수 있다.

왕겨의 실리카를 실리콘으로 환원하는 데는 마그네슘 열환원법이 이용되지만 이 공정은 600-900℃의 고온이 필요하고 5시간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공정 설계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원철·서명원 박사 연구진은 KAIST 최장욱 교수 연구진과 함께 마그네슘 분말을 환원제로 이용하는 마그네슘 밀링 공정을 개발, 상온·상압에서 50분 안에 왕겨의 실리카를 3차원 다공성 구조를 가진 나노구조 실리콘으로 환원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공정의 실리카 환원 수율은 91.72%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이 보유한 세계최고치(83.2%)를 능가했다. 이 나노구조 실리콘을 사용한 이차전지 음극재는 기존 탄소음극재보다 높은 용량을, 마그네슘 열환원법으로 제조된 실리콘 음극재와는 비슷한 성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연간 3t의 왕겨 유래 실리콘 생산 통합공정의 기본 설계를 완료했다. 국산화율이 1%가 채 되지 않는 이차전지 음극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기술을 국내에서 확보했다는데 의의가 크다.

사실상 스케일업(실험실에서 성공한 프로세스를 공업 규모의 장치에서도 경제적으로 성립하도록 그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졌던 마그네슘 열환원법을 대체할 수 있는 마그네슘 밀링 공정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다양한 응용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했다. 실제로 왕겨 유래 실리카 3차원 다공성 실리콘 외에도 실리콘 카바이드 등 고가의 나노 구조체를 생산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금년부터 착수했다. 최종적으로는 본 연구 결과를 국내 신소재 기업에 기술이전 및 연구소 기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연구 아이디어 단계에서 최종 생산 공정까지 설계하는 일은 모든 연구자의 꿈일 것이다.

한편 조원철 박사는 2005년 입사, 서명원 박사는 2012년 입사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중견-신진 연구자인 셈이다. 이들의 연구 성과 뒤에는 동료 연구자들과 공동연구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과제 책임자인 서명원 박사는 3년간의 연구 기간 중에 과제 평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왜 이렇게 젊은 연구자가 책임을 맡느냐"는 우려와 비난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연구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폭적인 지원 및 믿음을 보낸 이재구 FEP 융합연구단장, 라호원 청정연료연구실장 등 동료의 응원이 큰 버팀목이 되었다. 또 이차전지 전문가로서 왕겨 유래 실리콘 검증을 담당한 KAIST 최장욱 교수 연구팀과의 `케미스트리`는 완벽했다. 젊고 창의적인 상상력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연구 성과에 큰 도움이 됐다고 연구진은 생각하고 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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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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