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기준 대졸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실업자는 116만7000 명으로, 이중 대졸 이상이 46.5%인 54만3000 명으로 나타났다. 놀고 있는 사람 둘 중 한 명은 대졸자라는 얘기다. 분기 기준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대졸 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인 8만3800명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비경제활동인구나 대졸 이하 실업자는 모두 줄어들었는데도 유일하게 대졸 이상만 증가한 것이다. 실업통계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취업준비 등으로 통계에 빠진 잠재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체감 대졸실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대졸실업자 증가는 노동수급 불일치인 `미스매치`와 임금격차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로 갈 수 있는 일자리의 불균형이 큰 탓이다.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은 지난해 7월 이후 9개월 연속 고용률이 줄었다. 기업·직종·학력 간 임금격차 또한 고학력 실업자를 부추기고 있다.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해 대학진학률은 69.8%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학력이 고임금으로 이어지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고용정원보원은 2024년까지 대졸자 79만 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내놓은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2019년이 되면 양질의 노동력이 양질의 일자리보다 두 배나 많아질 것이란 예상을 했다. 노동수급 불일치 해결이 시급한 이유다.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세금을 투입하는 일자리 정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양질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학력 간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가 있다. 더 늦기 전에 고학력 실업자 해소를 위한 해법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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