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17개 시도교육청 발표 고입 전형안 특징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8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이하 고입전형안)이 모두 발표됐다. 이로써 본격적인 고교 입시 경쟁이 시작됐다. 고입전형안은 어떤 고교를 선택할 지에 대한 중학생들의 가이드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학 입시에서 수시 학생부중심전형이 덩치를 키우면서 `고교 선택`을 둘러싼 중학생들의 고민과 눈치 작전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어 고입전형안의 특징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투스me 이정선 진로진학센터장은 "올해 발표된 내용의 공통적인 특징을 꼽자면 `교육의 다양성 강화`와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로 볼 수 있다"며 "다수의 교육청에서 고교진학에 필요한 평가요소 및 절차를 간소화 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복지 강화

2018학년도 고입전형안은 약자에 대한 교육 복지를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통합전형의 확대다. 서울교육청의 경우, 서울국제고 모집정원의 30%를 사회통합전형에 할애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서 1명씩 선발하는 기회균등전형도 신설했다. 교육특구에 집중된 국제고 합격자를 서울 전역으로 분산하는 데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통합전형의 외연이 확장된 것도 눈에 띈다. 대전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은 특목·자사고에 치우쳤던 기존의 사회통합전형을 57개 일반고와 50개 특성화고로 확대했다. 전체 정원의 5%인 754명을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는 올해 시범운영 성과에 따라 2019학년도 입시부터 전국의 일반고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경기, 인천교육청은 지역 마이스터고교 전체 인원의 5-1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예산을 다각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경남교육청은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대해 다자녀, 중증질환자, 원거리 농어촌 거주자를 우선 배정하며, 경북교육청은 관내 모든 고교에서 신청 만하면 사회통합전형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배정` 문제도 이번 고입전형안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 방침에 따라 2012년부터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배정이 확산됐지만 고입전형안에 관련 내용을 명시할 지는 논란이 돼 왔다. 원천적으로 배정을 봉쇄하느냐, 피해학생의 요구가 있을 때 분리 배정하느냐에 대한 차이다. 하지만 울산교육청은 올해 동일학교 배정 금지 조항을 전형안에 넣었고, 인천교육청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학년이 아니라도 분리 배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소질 및 적성 전형 실시, 외국인 입학전형 확대

이번 고입전형안은 `교육의 다양성`에 방점이 찍혔다. 서울교육청은 2016학년도부터 성적 대신 소질과 적성으로 특성화고 신입생의 37% 가량을 선발했는데 앞으로 비율을 더욱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학교 내신 성적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학생들의 `꿈과 끼`를 평가하겠다는 의지다. 또 학생이 갖고 있는 `수업 외 역량`과 `잠재력`을 꼼꼼하게 파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남교육청은 일반고인 고성 중앙고와 창원 대산고에 학생의 소질 및 적성 중심 선발을 도입하기로 했고, 전남교육청은 관내 47개 특성화고에서 소질 및 적성 중심 선발을 예고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입학전형`이 신설된 것도 주목된다. 서울과 경북은 외국인과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함으로써 폭 넓고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외국인 학생 전형을 신설했다. 제대로 정착되면 내·외국인 모두에게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데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취업희망자 특별전형`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2013학년도 약 2%에 불과했던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은 지난해 24%까지 늘었고, 올해는 27% 안팎을 뽑을 것으로 인원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교육청은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을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30%로 대폭 확대하여 직업 진로가 뚜렷한 학생의 특성화고 진학을 장려하기로 했다.

◇고입 선발고사 폐지 등 진학 절차 간소화

새 고입전형안은 고교 진학 절차도 단순하게 간추렸다. 일반고교의 진학 절차는 지역마다 제각각이고, 복잡하다. 당장 학생이 속한 지역이 평준화 지역인지 비평준화 지역인지에 따라 `선발`과 `배정`으로 나뉜다. 또 고입 선발고사를 치르느냐의 문제도 있다. 그만큼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는 의미다. 2017년 현재 평준화 지역은 서울, 세종, 대전, 광주 등이다. 나머지 지역은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공존한다.

이번에 발표된 고입전형안에 따르면 학생의 지원부터 최종 합격(또는 배정)까지 절차를 대폭 줄인 지역들이 꽤 많다.

일반고 지원 절차가 복잡하기로 유명한 충북 지역은 중학생의 지망 고교를 7개로 줄였다. 지난해에는 남학생 14지망, 여학생 13지망에 달했다. 충북교육청은 또 전·후기 모집에 상관없이 석차연명부 작성기준일을 통일했다. 이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고입 선발고사`의 경우, 충남교육청과 전북교육청이 학생의 부담을 덜기 위해 폐지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올해 고입 선발고사를 실시하는 곳은 경북, 울산, 제주 등 3곳이다.

경기도와 부산은 `내신성적 산출평가`를 없앴다. 내신성적 산출평가는 검정고시 및 특성화중학교 출신자의 내신 비교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험이다. 이미 경기지역 특성화중인 청심국제중은 지난 2015학년도부터 내신 비교평가를 폐지했다. 부산지역 특성화중인 부산국제중, 브니엘국제예술중 졸업자들은 주목해야 할 키워드다.

울산교육청은 과학중점학교 신입생 선발시 일반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1학년 수료 후 희망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 경남교육청 관내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는 원서접수 기간 동안 1일 2회 이상 접수 현황을 공개해 지원자의 편의를 돕기로 했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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