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추억에 스치는 것들이 한 장의 사진처럼 남겨지는 도시. 과거, 현재, 미래의 아픔과 기쁨을 오롯이 품고 있는 거리마다 나의 발자국도 어느 영화처럼 남겨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전차, 이층버스, 4-5인승 택시가 사이좋게 다니고 고층건물과 옛 건물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는 모습도 이 도시의 한 멋이 아니겠는가.
홍콩, 香港(향항)이라 불리운 시간들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설레는 발걸음이 시작된다.
◇올드타운센트럴(Old Town Central)=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어느새 홍콩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버무려진 `올드타운센트럴(Old Town Central)`에 도착했다. 이곳은 마치 대전의 원도심과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셩완역에서 도보로 10 여분이 소요되는 `포제션 스트리트(Possession Street)`가 초행길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한다. 할리우드 로드의 시작점인 이곳은 홍콩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은 상점과 식당이 자리한 거리지만 지난 1841년 1월 영국군이 처음으로 홍콩에 입성한 곳으로 150여년 영국 식민지 지배가 시작된 곳이다. 중국풍이 물씬 풍기는 인근의 `할리우드 로드 파크(Hollywood Road Park)`의 옛 홍콩 사진들이 그 때의 이야기를 말없이 속삭인다.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니 `린드허스트 테라스(Lyndhurst Terrace)`가 보인다. 이곳은 중국의 혁명가 쑨원이 1895년 청나라에 반대하며 봉기를 계획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던 레스토랑 자리가 위치한 곳이다. 지난 1869년 애든버러 공작이 영국 왕족으로는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한 곳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1954년에 지어진 에그 타르트 하우스 `타이 청 베이커리(Tai Cheong Bakery)`가 있어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만모(Manmo) 사원`에 닿았다. 지난 1847년에 지어진 이 사원은 학문의 신과 무예의 신을 주신으로 모시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담아 향을 피우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원뿔형의 등잔 속의 향 냄새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만모 사원 주변에는 1841-1850년에 조성된 `래더 스트리트(Ladder street)`가 눈길을 끈다. 촘촘하게 연결돼 마치 사다리처럼 보이는 이곳의 계단은 돌로 만든 것으로 총 350m에 달하는 홍콩의 오래된 유산이다. 계단을 오르다보면 홍콩의 주택가와 새롭게 떠오르는 포호의 거리를 볼 수 있다.
인근의 PMQ(Police Married Quarters)로 향했다. PMQ는 1951년에 지어진 경찰 학교 기숙사 건물이었지만 2014년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신예 디자이너들의 숍과 스튜디오,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나란히 바라보고 있는 두 개의 빌딩에는 100여 개 숍들이 입점해 있고, 중앙 광장에는 크고 작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연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소호(South of Hollywood Road)`를 찾았다. 레스토랑, 바, 클럽, 갤러리 등 홍콩의 관광 문화를 압축해 놓은 곳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공간이다. 과연 홍콩의 핫 플레이스라 칭할 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800m 길이의 야외 에스컬레이터인 소호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홍콩의 자랑거리일 것이다. 영화촬영지로 사랑받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홍콩을 대표하는 볼거리 중 하나는 아마도 탁 트인 경치일 것이다. 아름다운 홍콩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다. 이 전망대에 오르는 방법 중 하나가 12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피크 트램(Peak Tram)`이다.
지난 1888년 5월부터 매일 홍콩 센트럴 비즈니스 구역과 피크를 연결하는 피크 트램은 양방향 시스템을 이용해 경사각 4-27도의 철로를 주행한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트램을 타려고 장사진을 이룬다. 한국인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가파른 경사를 타고 천천히 움직이는 트램 양쪽에는 5분여 동안 숲과 고층 빌딩을 만날 수 있다. 트램에서 내려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내에 있는 `마담 투소(Madame Tussauds)`를 찾았다. 오바마, 시진핑, 성룡, 비틀즈 등 전 세계 유명인사를 모델로 만든 밀랍인형 100여 개가 관광객에 인사를 건넨다. 관광객들이 살아있는 듯한 정교한 인형들 사이에서 연신 셔터를 누른다. 11개 존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배용준, 수지 등 한국 연예인들 인형도 만날 수 있다. 한류의 인기를 말해주듯 한국을 본 뜬 거리 모형도 이채롭다. 뿌듯한 마음을 뒤로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테라스에 올랐다. 다양한 음식점들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드디어 마주한 테라스에서는 홍콩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자 홍콩의 눈부신 야경이 별빛처럼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서 탄성이 들린다. 화려한 야경을 바탕으로 연인 또는 가족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대형 하트 모형도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홍콩 오션파크·홍콩디즈니랜드=관광의 도시답게 홍콩에는 세계적 테마파크가 문전성시를 이룬다. 홍콩 섬 남부에 위치한 오션파크에 도착했다. 홍콩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음을 방증하듯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인다. 발걸음을 조금 옮기니 클래식한 케이블카와 오션 익스프레스 셔틀이 연신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오락과 함께 교육과 자연보호에 콘셉트를 맞추고 있는 이곳의 명물중 하나는 바로 자이언트 판다. 1주일에 단 하루(일요일)의 기회가 주어지는 판다 먹이주기 체험에 눈길이 쏠렸다. 간단한 체온 측정 및 동의서 작성 후 판다에게 먹일 음식을 체험자가 손수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유리벽 사이로 판다에게 건넨다. 전 세계에 1800여 마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계자의 설명을 접하며 판다를 바라본다. 판다 우리 청소를 직접 체험하는 등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지난 2005년 개장한 홍콩디즈니랜드. 란타우 섬에 자리잡은 이곳에 가보니 유치원생들부터 연인, 친구들, 가족단위 관광객 등 개장 전부터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관광객들이 즐거움을 감추지 못한다. 디즈니랜드에는 7개의 테마랜드와 100여 개의 볼거리와 놀거리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아이언맨 체험 공간(Iron Man Experience)`도 그 중에 하나다. 방문객 만족도가 97%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전해진다. 특히 아이언맨 입체 상영관이 어린 관람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홍콩을 배경으로 비행을 하면서 적군과 싸우는 프로그램이 실감을 더한다.
최근에는 탐험을 테마로 한 호텔 `디즈니 익스플로러 롯지(Disney Explorers Lodge)`도 문을 열었다. 750개 객실을 완비한 이 호텔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별 콘셉트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사무엘 라우 홍콩디즈니랜드 리조트 수석 부사장 겸 대표이사는 "한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 중 하나"라며 "지난해 한국 방문객 수가 30% 증가하는 등 홍콩 디즈니는 한국인에게 홍콩의 필수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 여행업계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홍콩=심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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