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국정수행활동에 쓰여지는 경비를 말한다. 하지만 기밀 유지를 위해 영수증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마치 기관과 공직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기도 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수활동비에 편성되는 예산 규모도 엄청나다. 2007-2016년 10년간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 편성액은 8조 5631억 원이다. 지난 한해만도 8870억 원에 달하는 특수활동비가 사용됐다. 지난해 윤호중 국회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활동비로 확정된 예산은 총 8870억 원으로 2015년보다 59억 3400만 원 증가했다. 이중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곳은 국가정보원으로 총 4조 7642억 원을 사용했다. 이어 국방부 1조 6512억 원, 경찰청 1조 2551억 원, 법무부 2662억 원, 청와대(대통령 경호실,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2514억 원 순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법무부를 포함해 정부 19개 기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 전체 규모는 8990억여 원이다.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이 특수활동비로 배정됐더라도 국익을 위한 정당한 국정수행활동에 쓰인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 집행 내역 공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공무원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쌈짓돈으로 쓰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감사원은 특수활동비 집행 시 영수증 증빙을 생략해도 되고, 현금을 사용할 경우에는 집행 내용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용처 공개로 목적 달성이 어려우면 확인서 제출을 생략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비공개 예산 집행이 가능한 셈이다. 지난 2011년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많게는 300만 원씩 특수활동비를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법무부와 검찰 고위간부들의 만찬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수활동비의 투명한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회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더불어 특수활동비를 사실상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범죄와 대테러 첩보 수집 등에 쓰이는 자금의 용처에 대해서 보안 유지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돈봉투 만찬을 계기로 9000억 원에 육박하는 정부의 특수활동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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