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 서열화 완화하고 대학 입시는 단순하게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十年之計 莫如樹木),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다(終身之計 莫如樹人)는 말이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제 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후보 시절 내세운 교육 분야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과연 새 정부의 교육 공약이 어떤 기대효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은 크게 △고교 체제 개선 △ 대학 입시 단순화(학생부교과·학생부 종합·수능 전형) △대학 서열화 해소 등 3가지 주제로 압축된다. 민간 교육평가기관인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는 교육 공약의 주제별 기대효과와 예상되는 문제점을 분석했다.

◇공약 1 `고교 체제 개선`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은 `고교 체제 개선`이다. 핵심은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는 작업이다. 외국어고, 국제고,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특목고의 선발시기를 일반고와 같게 해 교육 불평등과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성향을 반영하는 교육 기회가 줄어들고, 수월성 교육이 사라진다는 문제점을 갖게 된다. 기존 재학생들과 동문, 지원 예정자 및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 체제 개선의 또 다른 축인 `내신 절대평가`도 뜨거운 이슈다. 시행될 경우 상대평가로 인한 학교 현장의 경쟁은 완화될 수 있다. 또 등급 걱정 없이 자유롭게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학습 효과도 기대된다. 반대로 평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성적 부풀리기`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대학별고사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특목고 존치 여부도 발등의 불이다. 자칫 특목고 진학 수요를 더 키워 관련 사교육 시장을 부풀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약 2 `대학 입시 단순화`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에서 `학생부 교과 전형`은 학교 내신 만으로 선발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 만으로 뽑고, `수능 전형`은 수능 만으로 선발한다는 대학 입시 단순화 구상을 밝혔다. 입학 전형이 간단해지면 고액 컨설팅 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특히 학종전형에서 비교과 영역을 축소하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작성 부담이나 교사들의 추천서 작성 부담이 줄게 된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학생부로만 평가한다는 구상은 옳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능력에 따라 학생의 이력이 천차만별로 나뉘게 된다. 꼼꼼한 교사를 만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은 `복불복` 입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들은 부족한 학생에 대한 평가 자료를 대체하기 위해 학교 내신에 의존하게 되고, 내신 사교육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 입시를 장기적으로 자격고사화하고, 수능 9등급 절대평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학 입시 간소화로 인해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정성평가의 기회가 없어진 대학들이 `고교 내신 절대평가`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 내신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학들이 딜레마에 빠지면 다시 `대학별고사`로 돌파구를 찾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이밖에 2020학년도부터 논술 전형 및 특기자 전형(영어·수학·과학)을 폐지하겠다는 공약과 정시·수시 구분을 없앤다는 공약 등도 기대와 우려가 함께 한다.

◇공약 3 `대학 서열화 해소`

문재인 정부는 `국립대학 연합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사회의 오랜 고질병인 `서울대 만능주의`를 해소하고, 대학 서열화를 완화한다는 의지다. 문제는 서울대를 없앤다고 학벌이나 대학 서열화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립대학 내의 서열은 해소되더라도 사립 명문대들이 서울대의 위치를 차지해 새로운 서열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지방대 출신 채용할당제를 좀 더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업율을 기반으로 지방대가 성장할 수 있고, 무조건 수도권으로 진학 하려는 지방 고교생들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수도권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 소지가 있고, 기업들의 협조가 관건이다.

다만, 사교육비 감소 측면에서 본다면 대학 서열화 해소 공약이 가장 강력한 처방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서 대학의 구조 조정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약에 따라 시장은 진화한다

새 정부의 교육 공약은 교육 시장에도 큰 변화를 줄 전망이다. 이를테면 `수능 영향력 약화`, `정시 비중 축소` 등의 공약은 대형 학원이나 재수 종합학원, 온라인 강의업체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지방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보습 학원이나 개인 과외 시장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특기자 및 논술 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서류 부분을 약화시키면 수능이나 내신 변별력 저하로 인해 `면접` 등의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수 밖에 없고, 면접이나 기타 특기 사항을 키우는 새로운 형태로 학원들이 진출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의도대로 사교육 시장의 총량은 줄지 않을 것이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감소도 체감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외고나 특목고 폐지, 내신 및 수능 절대평가 등의 공약이 원래 취지 대로 시행된다면 분명 기대효과는 있다"면서도 "그 효과가 수월성 교육의 부재, 교육 특구 및 대학별 고사 부활 등과 맞물릴 경우, 취지와 달리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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