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살아있다] 18 계룡산자연사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계룡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국내최대 규모의 자연사박물관이다.
박물관 입구에 다다르면 거대한 공룡이 우뚝 솟아 있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며, 숲 속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는 공룡들의 모습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생대로 빨려들어 가는듯한 느낌을 준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사 박물관인 동시에 가장 많은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현재 전시돼 있는 전시물은 5000여점, 수장고에 소장돼 있은 자료만 약 30만 점에 달한다.
46억 년 전 지구 탄생 이후 이 땅에서 살다가 사라져간 수많은 생물과 종의 탄생과 활동, 멸종의 과정을 통해 자연과학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을 살펴봤다.
◇개인이 설립한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아무런 정보없이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2가지 사실에 놀란다.
첫째는 약 35만여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전시물에 한번 놀라고 개인이 박물관을 지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설립자 故 이기석 박사는 1956년 이안과 병원을 설립, 운영하며 1977년에는 대전보건대학을 설립, 2004년에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을 설립했다.
이 박사는 살아생전 "노벨상은 자연사 박물관 수에 비례한다"는 신념으로 자라나는 과학도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80평생 모은 소장품과 열정을 박물관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이 박사의 설립 뜻에 따라 조한희 관장(박물관 2대 관장) 역시 자연과학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교육의 장이 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는 반드시 봐야 할 베스트 전시물
먼저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길이 25m, 높이 16m에 이르는 거대한 청운공룡을 볼 수 있다. 살아 있을 때 무게가 무려 80t으로 2002년 미국 와이오밍주 모리슨 지층에서 발견됐다.
미국 캔사스대학 자연사박물관팀과 청운문화재단에 의해 발굴돼 대전보건대학 박물관과에서 국내 최초로 처리한 공룡 표본이다.
이 공룡표본은 설립자 고 이기석 박사의 호(號)를 따서 `청운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갖게 됐다.
청운공룡(브라키오사우르스, Brachiosaurus)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발견되는 초식공룡으로 원형이 85%나 보존돼 용각류 공룡의 진품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청운공룡을 발굴할 때 육식 공룡인 알로사우루스(Allosaurus)의 이빨이 청운이의 어깨 부분에서 발견돼 중생대 쥐라기 시대 가장 무서운 육식 공룡인 알로사우루스가 청운이를 공격했었다는 사실도 추측해볼 수 있다.
박물관 2층 전시실로 발길을 옮기면 제일 먼저 `우주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 146kg의 철운석을 만나볼 수 있는데, 관람객들이 우주에서 날아온 신기한 운석을 실제로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물을 개방해 놓았다.
99%가 철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만지고 나면 실제로 손에서 철 냄새가 난다.
2층 우주의 세계 전시실에는 다양한 운석들은 물론 신비한 우주와 지구의 탄생과정을 비롯해 신기한 암석들과 전 세계의 아름다운 광물, 보석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박물관 2층 중앙 홀에는 빙하기 때 살았던 동물들의 골격이 마치 살아있을 때의 모습처럼 웅장하게 서 있다. 900kg에 달하는 맘모스 표본은 시베리아 투펜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써 약 7만5000-10만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됐으니 상아 하나의 무게가 무려 85kg이나 된다.
또한 전 세계에서 4점의 표본만이 전시돼 있다는 동굴사자도 빼 놓지 않고 봐야 할 박물관의 베스트 전시물 중 하나다.
이는 현재 아프리카 사자보다 30%가량 몸집이 큰 포식동물로 송곳니와 발톱이 매우 위협적이다.
이들과 함께 `화석의 세계` 전시실에는 지질시대별로 다양한 표준, 시상화석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특히 고생대 캠브리아기 초기부터 폐름기 말까지 종의 다양성이 최고에 이르는 삼엽충 화석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강원도지역에서 발견된 삼엽충화석도 만나 볼 수 있다.
또 중생대의 익룡, 공룡알 화석과 신생대에 가장 번성해 바다와 육지를 모두 지배했던 포유류들의 매서운 두상화석들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신안 앞바다에서 2001년 발견된 29m길이의 흰긴수염고래 화석도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자랑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이 고래는 아래턱 길이만도 약 5m로 살아있을 때의 몸무게가 약110t, 심장 무게만도 1t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니 얼마나 크고 거대한지 상상을 뛰어넘는다.
흰긴수염고래와 함께 2층 `바다의 세계` 전시실에서는 현재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어 우리를 매우 안타깝게 하고 있다는 꼬마향고래(쇠향고래)도 볼 수 있다.
청상아리는 물론 제주 앞바다에 분포하는 해상동물들과 230kg의 거대한 식인조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산호들, 뾰족뾰족 성게·불가사리류의 극피동물 등 바다 속 다양한 친구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 3층에는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의 청운공룡과 함께 대표적인 전시물로 손꼽히는 학봉장군미라가 전시되어 있다.
2004년 대전시 목달동에 위치한 한 문중의 묘를 이장하던 과정에서 발굴된 한국 최고(最古)의 남성 미라로, 그는 약 600년 전 조선시대에 생존했으며 정3품(品)의 당상관을 지낸 장군이었다.
세계에서 최초로 호흡기, 위, 대장의 내시경을 실시하는 등 병리학적인 검사를 진행해 사망원인, 생존연대 등을 추정할 수 있었다.
학봉장군미라는 우리나라 조선시대 자연환경이나 의식주 등 많은 단서를 제공해 학술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양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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