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기후변화저널 대표·전 기상청장

날씨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국민 기상캐스터`로 이름을 날린 조석준 기후변화저널 대표(전 기상청장)이다. 때이른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5일 한강변에 위치한 서울마리나클럽에서 조 대표를 만났다. 한마디 한마디가 강바람처럼 시원했다.

- 날씨부터 묻겠다. 왜 벌써 푹푹 찌나.

"날씨는 사람의 기분, 기후는 사람의 성격처럼 그 의미가 같은 듯 다르다. 둘의 관계가 사촌 정도 되겠지. 따라서 올 여름 날씨를 말하는데 있어서 기상적인 측면 즉, 날씨와 기후적인 측면에서 묻는 건 엄연히 다르다. 최근 20년 사이 여름이 길어지고 강우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이 있다. 열대야 현상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많은 기후적인 백그라운드에서 날씨를 예측해야 하는데, 그건 기상청의 고유 업무이다. 다만, 최근의 기후변화 추세를 감안해 볼 때 올 여름 역시 무더위가 오래 이어지고 열대야나 한낮 폭염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강우량도 문제인데, 여기에 여름철에 올라오는 태풍이 변수가 될 것이다. 자세한 전망은 수시로 발표되는 기상청 자료를 살펴봐야 한다."

- 기후변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어떤 대응 전략이 필요할까.

"지금의 기후변화는 지구 역사상 처음 나타난 형태다. 저는 `돌연변이형 기후변화`로 부르고 싶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상기상 즉, 기상이변이 한반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잘못 대응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예전부터 기상재해에 대응하고 기상·기후 정보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위험관리를 하는 방식은 있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상재해 예방과 기상 마케팅에 있어서 너무 국가 의존적인 방식에 머물고 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준다면.

"국가 치안업무를 보자. 경찰이 거리와 지역을 지키면 보안업체가 개개인의 안전을 지키는 형식 아닌가.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잘 나누어져 결국 수요자인 국민이 혜택을 본다. 기상 분야의 경우 너무 기상청의 역할에 일희일비 하는 경향이 많다. 민간 분야와 과감하게 협력해 보다 디테일한 계획과 대비로 안전과 효율성을 도모할 때다. 기상청은 좀 더 기초데이터 확보에 힘쓰고, 민간 기상회사나 연구소는 빅데이터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다 세밀하거나 맞춤형 컨설팅은 민간 회사가 국민들께 하도록 해야 한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는데 어떤 파장이 예상되나.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국제 정치와 통상, 외교 등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기후변화 방지에는 앞으로 10-20년 동안 세계의 인식과 행동이 중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성 행동이 향후 어떠한 영향으로 나타날지 크게 우려된다."

-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대책이 없겠나.

"그래서 앞으로 하려고 하는 게 사단법인 파란하늘 활동이다. 미세먼지도 기후변화와 연관성이 있다. 중국에서 날아 오는 대기오염 물질도 있고, 국내에서 자체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미세먼지와 관련된 원천적인 부분을 많이 없애줘야 좋은데, 미세먼지 없애려고 화력발전소 같은 곳을 완전히 스톱시킬 수는 없는 일이고…, 국가에서 에너지와 보건 정책 이런 걸 조화시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 기후변화저널 대표이자 발행인으로 있는데.

"내년쯤 전문 저널로 발간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기후변화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자가 수천 명은 된다. 이들에게 인사이트(통찰)를 제공하고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되는 전문 저널을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기존 언론보다 더 디테일하고 더 실무적이고, 보다 산업·경제 친화적인 방향의 아이템을 다룰 거다."

-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된 저서를 출간했는데 내용을 소개해달라.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썼는 데 `기후변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부제의 `기후변화`를 펴냈다. 22년 만이다. 사실 책을 하나 쓴다는 게 대단히 어렵다. 기상전문기자 이후 지난 20년 동안 경험한 기상·기후 관련 이야기, 개인적인 활동 등을 한번은 정리해야 또 새로운 길을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아쉬움도 많지만 대나무처럼 한마디를 완성하고 그 다음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할까."

- 전문기자와 기상청장 등 그야말로 기상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먼저 기상과 기후라는 한 분야에서 40년 넘게 활동할 수 있게 해 주신 주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한 분야의 정상에서 여러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해주신 국가와 국민께도 감사드린다. 대학에서 대기학을 전공했고, 공군 기상장교로 일했다. KBS에 국내 최초의 기상전문기자로 입사한 뒤 여기까지 왔다."

- 기억나는 일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하하. 참 많지.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핵실험 같은 경우는 기상청에서 가장 먼저 안다. 인공지진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외교부 차관이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 주한일본대사와 식사 중이었는데 일본보다 우리가 빨리 알았다고. 이런 데서 국력이 나온다."

- 대한민국 기상 업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에도 뒤진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이제 7위권까지 올라갔다. 국제회의에 가보면 한국에서 온 참석자들이 가장 인기가 높다. 기상 후진국에서 기상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비결을 배우고 싶어하는 거다."

- 국민들은 예보가 조금만 어긋나도 기상청을 비판한다.

"지난해 미국에 거대한 허리케인이 상륙하려다 세력이 갑자기 약화된 일이 있었다. 이때 미국 신문은 `미국이 신의 축복을 받았다`는 제목을 뽑았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제 모든 판단은 전문 분야에 맡기고 혹시라도 어긋났을 때 이들을 격려하는 게 더 바람직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기상업무 실력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일본인은 일기예보를 가족 다음으로 신뢰한다. 그래서 제가 기상청에 있을 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자 소통에 신경을 많이 썼다."

- 외청장으로는 이례적으로 2년을 훌쩍 넘겨 재임했는데 어디에 중점을 뒀나.

"북핵 실험은 물론 우면산 산사태 같은 크고 작은 일이 참 많았다. 기상청이 잘못 평가를 받고 있다고 판단해 국민 소통에 주력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약 150명이 모인 워크숍에서 8분 만에 국가 기상업무를 브리핑해 화제가 됐다. 그런 과정을 거치니 기상청의 힘이 생기더라.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선 103차례에 걸쳐 `조 청장의 날씨 편지`를 보냈다. 과거 같으면 두드려 맞는 게 일이었는 데 크게 줄었다."

- 고향에는 자주 가나.

"한달에 한번쯤. 93세 노모가 계시고 고향집이 공주시 교동에 있는데 50년째 살아왔다."

- 충청인들에게 인사말을 한다면.

"고향분들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면 기회가 더 많이 오지 않겠나. 제가 백강포럼에 참여 중인데 윤은기 회장(충남 당진)을 포함해 충청도 분이 많으시다. 충청인들은 기본적으로 신중하고 균형감각을 지녔으니 능동적인 행동력을 가미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충청도와 같은 사람들이 활동하기 좋은 게 요즘 세상 아닌가."

- 기상전문가를 꿈꾸는 충청의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달라.

"바깥으로부터 변화를 당하면 후라이가 되고, 내가 스스로 변화하면 병아리가 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또 다른 기회를 만든다. 기상전문가는 빅데이터를 다루고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있고, 다른 분야와 언제든 접목이 가능한 분야이다. 인간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생명과 환경의 문제가 곧 기상이기에 다른 분야로 업그레이드 할 때도 매우 유리하다. 한번 도전하기 바란다." 대담=송신용 대기자 겸 논설위원

조석준대표는 누구인가?

대학에서 대기학을 전공하고 공군 기상장교(대위)를 거쳐 1981년 KBS 기상전문기자로 첫 발을 디딘 이래 기상 분야의 다양한 길을 걸어 왔다. 충남 공주가 고향으로, 대전고교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기상캐스터로서 20년 동안 약 1만 차례 마이크를 잡는 진기록을 세웠다. 기상방송국(웨더 뉴스) 운영자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지속경영교육원장, 한국기상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제9대 기상청장 재임 시 국민 소통과 대한민국 기상영토 확장에 힘써 기관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2013년부터 사회공헌 활동과 기업경영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융합미디어협회를 이끌면서 사단법인 파란하늘을 준비 중이다.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솔루션과 사회 소통 활동을 하는 공간이다. 또 에너지와 환경기업,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관련 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 대표는 "원래 기상·기후 분야는 다른 분야와의 협업과 협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곳"이라며 "이러한 경험을 살려 소통과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사회공헌 포럼 활동과 SNS를 통한 소통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 중 영향력이 1% 이내에 든다. 그는 "SNS상에서 보시면 언제든 친구 신청을 해주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한민국 전문 분야 100인 특강무대인 백강포럼 사무총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저서로 최근 펴낸 `기후변화`와 `재미있는 날씨이야기`, `기상경제, 기온 1도의 변화를 읽는다` 등이 있다. KBS에서 근무할 때는 사내 축구선수로 맹활약해 언론계의 공적이 되곤 했다.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가 열릴 때면 발군의 실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벼 우승컵과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공을 차기 시작해 대전고 재학시절 축구동호회 주장을 맡았고, 서울대 대표 축구선수로 뛰었다. 45년째 테니스를 즐길 만큼 스포츠광이다. "24시간 전전후로 산다. 있는 그 곳이 사무실이다"는 말은 조 대표의 역동성의 원천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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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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