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이재하 대전 중일고 교사

진학지도협의회(진협)는 `입시`에 관심있는 학부모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대전을 비롯해 서울, 경기, 충남·북 등 광역 시·도 단위의 진협이 있고 이들 대표들이 공동대표 위원회로 참여해 전국진학지도협의회(전진협)라는 전국 연합체를 결성했다. 지난 2월 전진협 역사상 처음으로 지방 진협에서 수석 대표가 탄생해 화제가 됐다. 이재하 대전 진협 공동대표(중일고 교사)가 주인공이다.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진협의 수장이 된 이재하 수석대표를 만나 `진학`과 `대학입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진학지도협의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활동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진협은 대학 입시 전반에 대한 정보 교류 및 학생들의 건전한 진학지도를 위해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입시전형을 공부하고, 개별 고교의 입시결과 자료 등 진학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공유함으로써 변화하는 대입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교사들의 모임입니다. 진협의 강점은 입시분석력과 자료인데 지역단위 진협에서 모은 학교별 입시자료 6만여건의 DB는 배치표로 만들어져 입시 상담에 활용됩니다. 꾸준한 진학 지도 경험을 통해 쌓은 정보 분석 노하우를 현장에 적용, 공교육 강화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더디게 변하는 조직이 교직사회라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보다 많은 교사들이 변화하는 입시에 눈 뜰 수 있도록 진협이 입시 정보 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해 나가겠습니다."

-학교와 교사의 진학지도 역량에 따라 수험생의 유불리가 존재합니다. 진학지도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담임의 역량이나 교사의 관심에 따라 학생의 입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근거가 되는 학생부 기록을 예로 들면 3학년 입시지도 경험이 없거나 입시에 이해가 부족한 교사가 1,2학년 담임을 맡을 경우 어쩔 수 없이 불리함이 생깁니다. 또 외부 상담을 다녀보면 학생들의 인생을 바꿔줄 학생부 기록에 무성의한 학교들에 화가 날 정도예요. 대학이 중요하게 살피는 `교과 세특` 을 빈 칸으로 남기거나 학교활동과 연계해서 유의미하게 써 주는 방법 등을 고민하지 않고 그저 교육부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 실린 내용으로만 채워 넣으면 차별성을 갖기 힘들죠. 또 동아리활동(창체활동)을 구성할 때도 교사가 학생의 의견을 수용하기만 하는 경우와 교사가 관심을 갖고 직접 동아리 구성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입시지도에서 개별 교사의 역량보다 더 중요한 건 입시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해요. 오죽하면 "자식의 입시를 치러봐야 입시를 안다"는 말이 있어요. 교사가 학부모의 인식변화를 따라가기 어렵죠. 지도하는 학생들의 진로나 진학에 대해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되면 학생부 한 줄이라도 더 성의있게 써주게 됩니다. 입시지도를 하는 교사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교육 환경과 대입 정책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수능 절대평가, 고교 성취평가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듣고싶습니다.

"수능 절대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선 많은 교사들이 공감합니다. 수능은 점차 약화시키고 학생부 위주 전형을 강화하되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다양하게 줄 수 있도록 대학별 고사의 운영 등 대학에 자율성을 주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만 고교 성취평가제의 경우 입장차가 크게 엇갈립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고교 성취평가제 도입은 시간을 두고 보완이 필요합니다. 성취평가제라는 제도 자체는 장점이 많죠.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끼리 점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협력학습이나 학습 성과에 대한 공유도 수월해지고 소수 선택과목을 선택해도 불리함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다만 `입시`라는 현실의 벽이 문제죠. 전진협과 전진상(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이 최근 전국 진로진학 담당 교사 774명을 대상으로 `고교 성취평가제 찬반`투표를 했는데 찬반의견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렸어요.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의 불리함이 유일한 약점이었던 특목고나 자사고가 불리함을 극복하게 돼 일반고가 더 황폐해 지리라는 것이 반대쪽 입장입니다. 현재 일선 고교에선 성취평가 성적을 산출하기는 하나 대학에 제공하지않고 상대평가 9등급 성적과 원점수, 평균과 표준편차를 전형 자료로 제공합니다. 성취평가제가 시행돼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 봅니다. 결국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더라도 상대 9등급이 아닐 뿐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죠. 이럴 경우 사실상 수시와 정시를 구분해 모집할 의미가 없어집니다. 정시에서도 수능 만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어 학생부나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를 활용해야 하니 수시 학생부중심전형과 별반 차이가 없어집니다. 전형평가에 있어 단위학교 학생의 학업성취수준 평가에 대한 타당성과 공정성, 수준과 정도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입시라는 현실의 벽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아요. 다양한 평가방법의 시도가 자칫 일선 학교의 과중한 부담으로 떠넘겨지거나 공교육을 벗어나 사교육을 유발하는 단초가 되지 않도록 대안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입시의 이슈는 `학종`입니다. `학종`으로 교육현장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선생님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학종에 대한 대학들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지난 4월에 열렸던 서울지역 상위 10대 사립대의 `학종 3년의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선 대학들이 학종 관련 입결 통계자료는 물론 취업까지의 종단연구를 진행해 학종의 가시적인 성과를 쏟아냈어요. 학종이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고 다양성과 가능성을 평가해 미래인재 발굴을 위한 최선의 입시형태라는 점에선 별다른 이견이 없는듯 합니다. 다만 늦게 철 들어 학생부 관리가 안된 학생들이나 비교과에 약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전형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합니다. 고교 현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종이 학교 현장에 뿌리 내리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당장 입시에 쫒기는 학생들은 교사나 대학의 기대와 달리 학교에서 이뤄지는 자율활동이나 동아리활동, 봉사활동이 대학입시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해요. 막연히 참여하면 도움이 된다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어요. 또 교육청에선 수행평가 비중을 30%까지 늘릴 것을 주문합니다. 수능은 최저학력기준으로 수시에서 요구하는 등 수능이 눈앞에 닥친 현실인데 과정 중심 수행평가를 마음껏 하기는 어렵죠. 무엇보다 성적에 대한 각종 감사로 교사의 평가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으면서 비중만 키우는 것도 문제입니다. 업무량이나 평가 과정에서 교사의 피로도도 큽니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의 변화를 머뭇거리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학생의 참여부족이예요. 정말 학교교육이 바뀌려면 학생들의 제대로 된 참여와 활동이 안착되어지고 교사의 평가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입시 지도를 해오셨습니다. 성공적인 입시지도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어느 학교가 입시에서 대박났다고 하면 서울대와 의대를 많이 보냈다는 의미입니다. `성공적인 입시=명문대 진학률`이라는 공식이 통념과도 같아요. 하지만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오랫 동안 고 3을 맡아 지도하면서 가장 성공적인 입시경험을 꼽으라면 단 한 명도 재수시키지 않고 대학에 보냈던 때를 최고의 해로 기억합니다.고3을 맡으면 잠자리에 누워서도 우리반 아이 1번부터 끝 번까지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그립니다. 목표하는 대학을 보내려면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며 날마다 최적의 대학과 학과를 찾기를 퍼즐 맞추듯 해요. 대학의 모집요강과 입학전형을 공부하면서도 늘 머릿 속으로는 이 전형이 우리 반 어떤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고민하죠. 충남대를 꼭 가고싶은 학생에게는 충남대가 서울대나 마찬가지입니다.그 학생에게는 충남대에 갈 수 있는 길을 제대로 제시해 주는 것이 입시를 지도하는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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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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