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살인사건의 린다

경찰대 재학생이자 수습 경찰관인 스무 살 여성 린다가 사망한다. 목이 졸리고 양손이 묶인 채 말이다. 현장에는 범인의 속옷, 운동화, DNA까지 남아 있었으나 어느 것도 수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범죄수사국 소속 형사인 벡스트룀은 DNA 대조로 금세 범인을 잡을 거라 생각하면서 1000명 가까운 남성의 DNA를 마구잡이로 모으지만 범인 추적에 실패한다. 그녀의 죽음 앞에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언론 역시 "스무 살 미모의 수습 경찰 강간 후 교살", "아버지의 넥타이로 양손 결박 후 살해" 등의 제목을 달아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보도하고 그녀의 죽음을 실제보다도 더 비극적이고 자극적으로 포장한다. 사건은 점차 흥밋거리가 되고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하는 무능력한 집단으로 비난받는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여자가 살해당했을 때, 왜 피해자의 이름이 살인 사건 앞에 붙어 사건 이름으로 소모되는가? 린다는 살인범에게 목숨을 잃고, 종국에는 인간성마저 상실하고는 사건의 상징으로만 남는다. 피해자의 이름은 신문에 실리고 뉴스에서 언급돼 전국적으로 알려지지만, 현장에 지문과 DNA를 남긴 범인은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는다.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해서 알려진 것이 피해자 이름뿐이라서 피해자 이름이 사건 앞에 붙는 것이 아니다. 성폭행과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마저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사회의 무신경함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형편은 비슷하다. 피해자의 이름을 따서 살인 사건을 명명하는 풍조는 사라지고 있으나, 여성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이 고스란히 온라인에 유포되고 자극적으로 읽히는 세태는 여전하다.

이 책은 스웨던의 범죄학자인 레이프 페르손의 장편소설로 에베르트 벡스트룀이라는 독특한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 권이다. 저자는 스웨던 국가경찰위원회에서 범죄학을 강의했고, TV 신문에도 자주 등장하는 범죄 전문가로 꼽힌다. 실제로 경찰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강력범죄를 다루는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쓴다.

저자는 2010년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상인 유리 열쇠상을 수상하면서 스웨덴을 대표하는 범죄소설가로 자리매김 했다. 저자의 사실주의는 제임스 엘로이의 비정한 하드보일드와 결합돼 독특한 사회 비판과 다크 유머를 발휘한다. 이 책은 린다라는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파헤치는 경찰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왜 여성이 피해자면 사건 앞에서 피해자의 이름이 붙는가`는 의문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이호창 기자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엘릭시르/ 1권 324쪽, 2권 380쪽/ 각 1만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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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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