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하반기 인사 뚜껑이 진통 끝에 열렸다. 어제 인사 발표 전 도청사 여기저기에 인사행태를 비난하는 괴문서가 살포되는 등 갈등에 빠져 드는 혼란상을 보이더니 더 이상 시일을 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공직 인사의 생명은 제도화된 원칙과 공정성에 있다. 이게 위협받는다면 공직사회가 온전히 굴러가기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그간의 충남도 인사난맥상은 공조직 건강성 차원에서 안 좋은 징조로 여겨졌었다.

우여곡절을 겪다가 인사를 단행했지만 이번 사태는 충남도 인사 행정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공직 인사라는 게 민감하고 필연적으로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사태는 도 본청내 국장급 승진 자리를 놓고 복수의 서기관급 인사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내부 불만이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종국에는 출처 불명의 문서가 사발통문 식으로 뿌려지는 `내부고발` 로 비화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공직 인사라는 것은 발표와 동시에 승복이 전제된다. 그런 공직사회 불문율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파문은 인사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미 조직내 세력 갈등이 내연(內燃)해 왔음을 짐작케 한다. 이런 데다 일부 도 산하기관장 등에 대한 공모제 전환 방침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도청 안팎의 중론이다. 이런 자리는 대개 인사권자와의 연줄 논리에 의해 사람이 결정되곤 하는데 이게 결과론적으로 도 본청 고위직 인사 순환을 정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쩌면 그런 누적된 불만정서가 이번 정기인사와 맞물려 증폭되지 않았나 싶어진다.

이번 인사는 안희정 지사가 지난 19대 대선 경선 도전을 끝내고 도정 복귀 후 첫 작품 성격이 짙다 할 수 있다. 근 1년 동안 정무적으로 바빴던 인사권자가 조직을 추스른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고 동시에 임기 말을 보내는 안 지사의 인사 코드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 해도 과잉해석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일련의 일 처리가 매끄러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조직내 불협화를 거울 삼아 심기일전해 도정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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