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는 동아시아 하계 계절풍 기후의 일환이다. 장마철에는 구름량이 증가하고 일조시수가 감소하며, 습도와 강수량이 증가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악천후가 계속된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북태평양 기단과 오호츠크 해 기단 사이에서 형성되는 한대전선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여러 가지 기상학적·기후학적 영향을 받아 해에 따른 변화와 불규칙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6월 하순 남해안에 동서로 길게 장마전선이 정체하게 되고 구름 영역이 넓게 형성되어 구름량이 증가하고 전선대를 따라 서쪽으로부터 연속적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에 의해 강수현상이 지속된다. 비가 많은 때 강수량은 1일 평균 17-20㎜이며 장마 종료는 대체로 7월 30일에서 8월 3일 전후로 강수량이 감소하고 무더운 여름이 시작된다.

장마중의 강수량은 평균적으로 한국의 연평균강수량의 25-50%를 차지하며, 특히 장마기간이 벼의 이앙기와 일치하므로 식생과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특히 장마전선과 태풍이 상호작용할 때는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홍수를 유발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최악의 가뭄으로 어느 때 보다 기다렸던 장마가 시작됐다.

지각 장마이긴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빨리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메말랐던 논과 밭에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다. 바싹 말랐던 마늘 줄기는 활기를 되찾고 거북이등처럼 갈라졌던 밭에는 곳곳에 물이 고여 있다. 한해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속이 타 들어가던 농민은 장맛비를 보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국민들도 가뭄의 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며칠간의 습한 날씨로 인한 불쾌지수조차 고맙기까지 하다.

국회가 긴 장마에 들어선 모양새다. 습하고 짜증나는 장마철 기후처럼 인사청문회와 추경이라는 악천후가 계속되더니 최근에는 대선조작이라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가 이어져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가뭄을 해갈하는 반가운 장마가 아니라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곳곳에 심술 가득한 긴 구름띠를 형성한 모양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것처럼 변화와 불규칙성이 커 하룻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기까지 하다.

장마로 접어든 국회가 협치 포기, 당리당략, 발목잡기 같은 구태 정치라는 홍수를 유발시켜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제20대 국회는 최악의 장마로 기억될 것이다.

당진주재 차진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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