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곤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불면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한낮의 찜통더위가 밤까지 이어지는 `한여름 밤의 불청객` 열대야 때문이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 이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마치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들기 어려운 여름밤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마 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주로 나타난다.

장맛비가 주춤한 사이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주는 초복인 11일 37.9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에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열대야는 지난달 30일 강원 강릉과 경북 포항·영덕·영천 등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당시 강릉과 포항은 26.6도, 영덕과 영천은 각각 25.5도, 25.0도였다. 지난 11일 밤에는 서울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서울의 첫 열대야는 지난해와 비교해 열흘 빠르게 시작됐다. 지난해 서울의 첫 열대야는 7월 22일에 발생했다.

많은 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는 연간 며칠간이나 지속될까.

지난해 전국적으로 평균 10.8일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서울은 지난해 7월 22일 첫 열대야가 시작돼 8월 24일까지 총 33일간 지속됐다. 이 기간 열대야가 없던 날은 7월 29일과 8월 3일 단 이틀뿐이었다. 부산, 목포, 여수, 부안은 지난해 8월 26일까지도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도 전국 곳곳에서 최소한 한 달 이상 열대야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열대야는 폭염과 마찬가지로 3-4일 계속될 경우 빈곤층이나 노약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존재라는 게 문제다.

대전시의 경우 정동과 중동 근처 쪽방촌에는 421가구 600여 명의 주민이 폭염과 열대야에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변변한 냉방 기구조차 없는 이들 쪽방촌 주민들에게 폭염과 열대야는 재난 상황과 마찬가지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영세민과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의 경우 폭염을 동반한 열대야는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더 이상 열대야를 단순히 밤잠을 설치는 한여름 밤의 불청객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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