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는 쥐떼가 창궐하는 중세 유럽과 집단자살하는 나그네쥐(레밍)의 이상행동을 모티브로 탄생된 동화다. 독일의 항구도시 하멜른은 동화 `피리부는 사나이`로 유명하다. 파리, 칸느, 모나코, 베니스보단 볼거리가 적은 듯 하다. 논란이 된 충북도의회 해외연수 일정에는 들어 있지 않다. 지금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지만 동화의 배경이 된 13세기에는 곡식을 빻아 가루로 만드는 제분업이 하멜른의 주요산업이었다. 곡식을 축내는 쥐들은 골칫거리일 수 밖에 없었다. 피해가 커지자 마을 사람들은 쥐를 퇴치하는 이에게 금화 천냥을 주겠다고 소문을 낸다. 어느날 한 사나이가 나타나 피리소리로 쥐들을 강으로 유인해 빠져 죽게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나이는 다음날 새벽 거리로 나가 다시 피리를 연주했다. 이번에는 마을 아이들이 피리소리에 이끌렸다. 사나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영원히.

물폭탄이 떨어져 초토화된 청주 지역을 뒤로 한 채 해외 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의원이 귀국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 도의원은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이상한,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라는 말을 했다. 자신을 `피리부는 사나이`쯤으로 여기는 것 같은 발언이다. `세월호 사건`이 맹목적 이상행동과 관련 있기는 하다. 국정농단이라는 비상식적인 집단행동이 드러나게 된 데에는 `세월호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국익을 저버린 채 곡식을 훔쳐먹던 쥐들은 `대통령의 7시간` 의혹 제기와 촛불집회라는 피리소리가 계속되면서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

광역의원의 본분은 광역행정을 살피는 일이다. 충주를 지역구로 뒀다 하더라도 `도의회`라는 말이 붙었다면 청주의 수해도 자신의 문제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익이 먼저고 지역 현안은 차순위에 둬야 한다. 대전시 공무원 450명이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 수해복구 지원을 나섰다. `대전시`보다는 `공무원`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같은 인간으로서 연민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모진 비바람을 맞아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

흙수저 출신 가수 송창식은 서정적인 노래들로 서민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바람직한 `피리부는 사나이`다.

이용민 취재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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