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특구`인 서울 대치동과 목동의 학원가에서는 7월 기말고사가 끝나면 고교내신 대비 설명회나 중학생 대상 설명회 등이 소규모로 열린다. 주로 고 1·2년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지만 상위권 중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도 열린다. 물론 상위권 중학생은 학교 내신과 자기소개서로 1단계 전형을 실시하는 외국어고나 과학고, 전국 단위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다. 요즘 대치동 설명회는 대부분 학교나 학년별로 10명 안팎의 소규모로 진행된다는 게 특징이다. 수 천 명 씩 모이는 고3 대입설명회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고교내신 대비 설명회가 학원가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건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이 본격화된 2014년 전후다. 그 전까지의 대치동 학원들은 주로 정시 수능에 중점을 뒀다. 내신관리에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입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이 줄고, 학생부 종합전형, 학생부 교과전형처럼 고교 내신성적의 반영비율이 높은 입학전형이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위권 학생이 많은 강남에서는 자연스럽게 `내신 경쟁`이 치열해졌다. 내신 성적이 좋아야 명문대 학생부 종합전형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들도 내신대비 학원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학교별 설명회는 1학기 중간·기말고사 출제 경향, 지난해 중간·기말고사 시험범위와 문항 수, 배점 등을 분석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명 `족보`라고 불리는 전년도 2학기 중간고사 기출 문제를 주요과목은 물론 미술, 체육, 제2 외국어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학부모들은 전략적으로 내신 대비에 도움이 되고,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위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각종 입시설명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자녀가 막연히 공부 만 열심히 한다고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학교 시험을 잘 알고 입시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신 대비 학원을 다녀 도움을 받았다는 학부모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어떻게 시험을 준비하면 되는지를 도움 받았다. 학교설명회나 담임 선생님 상담 만으로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 학부모들은 "특목고 지원자가 많은 강남지역 중학교 대부분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 시험을 어렵게 출제하는데 학교 내신 정보가 많은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서울 강남에서는 어학원도 내신 준비에 특화된 곳이 급성장하고 있다. A어학원은 10년 이상 한국식 문법 시험에 중점을 두고 오랜 시간 대치동 인근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맞춤식 내신 강의를 해 왔는데 `내신에 강하다`는 이미지 덕에 올해 여름방학은 문전성시라는 후문이다. 수능 강의를 전문으로 하던 유명한 영어학원들도 내신 강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강남의 새로운 풍경이다. 강남지역 학원장들도 "요즘 내신 대비를 해주지 않으면 학원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미 내신은 대세가 됐다.

에듀 비교과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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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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