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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안보는 수사 개선…국민 눈높이서 수사권 조정해야"

2017-08-06기사 편집 2017-08-06 16: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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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오디세이] 박상융 변호사

첨부사진1박상융 변호사가 검경 수사권의 바람직한 조정 방향과 민생치안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신호철 기자
'경찰 같지 않은 경찰'에서 '변호사 같지 않은 변호사'로 변신해 활약 중인 박상융 변호사를 만났다. 유례 없는 폭염 속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농성장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16층 회의실에서였다. '사람 냄새' 짙은 그를 찾는 전화와 의뢰인은 여전히 많았다. 일일이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되는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을 보면 해법이 나온다"며 "검찰과 경찰이 협력하고 공조해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먼저 근황이 궁금하다.

"변호사 일을 해야 하고, 방송도 출연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늘 바쁘다. 2013년 6월 경기 평택경찰서장을 끝으로 경찰을 떠났다. 법무법인 한결의 변호사가 제 직함이다."

- 방송 출연이 잦은 유명인사이다. 어떤 방송에 나가나?

"세월호 유병언 수배자 검거 사건을 계기로 요청이 있어 시작하게 됐다. 아무래도 서장 출신 변호사이다 보니 효용가치가 있나 보다. 여러 방송에 출연했는데 현재는 KBS 4시 시사진단에 격주로 나가 사건분석 중심의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 본업은 물론 사회문제 전체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무슨 계기라도 있나?

"제가 경찰이었다. 경찰 20년을 하면서 경찰이 달라지면 세상이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했다. 살려야 할 사람을 살리고, 죽여야 할 사람을 죽여야 하는데 검찰과 경찰, 심지어 법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살려야 할 사람을 죽이고도 참회할 줄 모르는 일이 적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서장을 하면서 겪어 보니 구성원들이 아무래도 승진에만 관심이 많고, 민원인 목소리엔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일이 적지 있더라. 별다른 고민없이 기계적으로 형사입건을 하는 경우도 있다. 범죄 없고, 인권이 보호받는 세상을 꿈꾼다고나 할까."

-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논란이다.

"수사권 조정은 어느 특정기관의 권한 중심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국민을 위한 경찰, 검찰을 내세우면서 사실은 기관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권한을 안 뺏기려고 한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철성 경찰청장을 방문했다. 왜 진작 이런 일을 하지 않았나. 경찰과 검찰이 서로 협력하고 공조하고 경청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들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누가 갖든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해 주길 바란다."

-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무어라고 보나?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개시권, 즉 경찰도 검사비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와 검사를 거치지 않고 경찰에 직접 영장청구권을 주느냐의 여부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하고 공소유지에만 전력하도록 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얘기다. 국민에게 필요한 건 공정하고 정의로운 수사다. 과연 현재 검찰과 경찰의 수사현실이 그러한지 자성하는 데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

- 경찰 출신이어서 경찰 입장을 편드는 것 아닌가?

"어느 한쪽에 서자는 게 아니다. 다만, 경찰도 검찰도 문제가 많다. 특히 상층부가 그렇다. 승진에 눈이 멀어 현장인 파출소나 지구대, 형사팀, 경제팀 같은 민생 부서 근무를 기피하고 검사도 형사부를 꺼린다. 수사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경찰 지휘부는 경비와 정보, 기획 부서 근무를 희망한다. 특수부, 공안부를 선호하는 검찰도 마찬가지다. 차제에 승진 체계를 바꿔야 한다. 일본은 경찰총수가 60세가 넘는 경우도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너무 빨리 승진한다. 계급 정년으로 50대 초반에 옷을 벗는다. 승진 때문에 정치권 눈치를 보다 보니 정작 국민을 받들지 못한다."

- 수사권 조정의 바람직한 방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접근해야 한다. 청와대나 정치권, 검찰, 경찰 모두 자기 입장을 고집해선 안 된다.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가 중요하다. 죄 없는 사람이 벌을 받고. 죄를 지은 사람은 법망을 피해 빠져나가는 일이 얼마나 많았나. 또 수사에서 무죄가 나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사과 한번 안 한다. 사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골치 아픈 사건은 시간을 끌고 미루고 처분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하고, 다그친다. 현장에 가지도 않고 수사관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에 따라 수사(심문)를 하고 결론을 내린다. 수사권 조정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면 이 무더위에 1인 시위를 하는 일이 벌어지겠나."



박 변호사는 거듭 수사 관행에 안타까움과 비판을 쏟아내며 "국민들이 수사권 남용을 감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구속 수사원칙 준수와 압수수색 영장청구 발부기준 강화 등을 역설했다.



- 크고 작은 사건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특단의 치안 대책이라도 나와야 되는 게 아닌가?

"인력을 늘려 범죄를 잡는다는 인식은 후진적이다. 사건, 사고에는 원인이 있다. 가출청소년 1명을 잘 선도하면 절도와 폭력 같은 여러 범죄를 막을 수 있다. 밤거리를 한번 가보자. 밤 12시가 훌쩍 넘은 심야 시간에 청소년들이 길거리를 배회한다. 그 곳에 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경찰관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부녀자들이 안심하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도록 경찰인력과 근무시간을 재배치해야 한다. 가출청소년들의 가출 원인을 분석, 범죄로 빠지는 걸 막아야 한다. 이런 것부터 하나 하나 고쳐나가야 한다."

- 치안과 관련,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방자치경찰이다. 파출소와 주민센터를 통합 운영해 주민센터에 가면 파출소 민원을 다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신호등을 보면 예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는 경찰이 담당해 비효율적이다. 이원화된 것을 통합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 경찰과 검찰, 교정직 공무원들이 교류 근무를 했으면 한다. 특히 지역경찰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선발하고 근무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자긍심을 갖고 제대로 근무 하지 않겠나. 성범죄 예방을 위해 성범죄 우려자들에 대해선 지역에 표시를 해 그 지역 주민들이 감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전자발찌 부착제도는 위치만 감시할 뿐 성범죄 의도 여부까지 감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변호사로 일하다 경찰로 전직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경찰이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질 걸로 생각했다 국민들이 어려울 때 제일 먼저 가는 곳이 파출소와 경찰서 아닌가. 그곳에 근무하는 분들이 늘 고민하면서 정의롭게 일처리를 하면 세상이 편해질 것 같았다. 세상 공부하려고 변호사 하다가 경찰의 길을 걸었다. 비록 경무관은 못됐지만 경찰서장을 6차례 한 뒤 다시 변호사로 돌아왔다."

- 기억나는 일이 많겠다.

"평택경찰서장으로 있으면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근무를 했다. 파출소, 경찰서에 접수되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고, 사연을 살펴보면서 정말 형사입건해야 할 사건인지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주민 의견도 청취했다. 경미한 사건은 형사입건하지 않고 입건유예를 하거나 즉결심판에 회부해 전과자가 되지 않도록 했다."

- 계획이 있다면?

"돈 많이 버는 변호사보다 정의로운 변호사, 어느 드라마의 동네변호사 조들호처럼 정의롭고 따뜻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저는 대전 출신이지만 아버님 고향이 충남 예산이다. 고향 어른들의 은덕이 많았다. 반면 저는 후배들을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 드린다."

-충청의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해달라.

"공부는 책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경험을 폭 넓게 쌓았으면 한다. 또 베풀 수 있을 때 많이 베풀었으면 한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하는 정신을 가지기를 바란다." 대담=송신용 대기자 겸 논설위원





변호사→경찰→변호사…6차례 서장 역임

박상융 변호사는 누구?



변호사에서 경찰, 다시 변호사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전이 고향으로 충남고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9기로 1993년 군 검찰관에서 퇴직한 뒤 인권변호사인 장기욱 변호사(전 국회의원·충남 서산)와 함께 일하며 법조계에 뛰어든다. 당시 서산 AB지구 어업피해보상사건 등 주로 집단소송 변론을 맡았다. '경찰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믿음으로 경찰에 투신했다.

경찰서장으로 6차례(대전 중부·충남 논산·서울 양천, 경기 동두천·김포·평택) 근무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과장과 경찰청 수사국 마약과장, 지능범죄수사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소통과 경청에 시간을 많이 쏟고, 친화력이 뛰어나 주변에 사람이 많다. 경찰과 검찰, 법원 조직 내외부의 소통이 활발해져야 국민이 편안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평택서장 재임 시 펴낸 '경찰이 위험하다'는 경찰 내부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담은 저서로 국민의 신뢰와 공감을 얻는 경찰상을 제시했다. 공저 '범죄의 탄생'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을 예시하며 범죄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공공기관 부정예방과 적발! 어떻게 할 것인가', '최신기업 security(시큐리티) 실무', '경찰감사감찰기법', 'SOFA(소파) 실무가이드' 등 다수의 내부교재를 집필했다. 공공 기관 강사로도 인기가 높다.

박 변호사는 "(경찰 재직 때) '빽' 좀 쓰려고 했는데 용기를 못내 충청도 고위직 분들을 방문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충청 출신들도 끌고, 밀어주는 풍토가 필요하다는 아쉬움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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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TV에 출연해 범죄 예방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상융 변호사. 사진=YT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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