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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야화 이리들 ⑪

2017-08-10기사 편집 2017-08-10 16: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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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리들이 쓰러졌다. 열 마리나 되는 이리들이 계속 쓰러졌다. 그건 사리반 교수의 침착하고 정확한 사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리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분별 없는 투쟁심 때문이기도 했다. 이리란 어미의 뱃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다른 동물들과 싸우려고 태어난 것 같은 짐승이었으며 그들은 그때 사리반 교수의 정확한 사격으로 10m 이내에 들어가면 모두 사살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다. 녀석들은 동료들이 계속 쓰러지는 것을 보고도 그 시세를 넘어 덤벼들었다.

사리반 교수는 석유 칸델라와 손전등의 불빛에 녀석들의 모습이 떠오르면 계속 발포했다. 연발총의 총신이 뜨거워질 때까지 연사를 했다.

쓰러져도 쓰러져도 물러날 줄 모르던 이리들도 연달아 쓰러지자 공격을 중단했다. 녀석들의 시체가 사람들이 바리케이드로 삼고 있는 썰매에 주렁주렁 걸려 녀석들의 공격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리들의 공격이 멈칫 해지자 개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본디 알래스카의 썰매개들에게도 용감한 이리들의 피가 섞여 있었다. 그들은 두목개가 소리 높이 짖으면서 반격 신호를 내리자 일제히 이리들에게 덤벼들었다.

사람들과 개들과 이리들이 난전을 벌였다. 난전이 벌어져도 그 어느 측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 총성이 들렸고 불빛이 보였다. 해변가에 있는 에스키모 마을에서 마중을 나온 것 같았다.

그 총소리와 불빛은 개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고 반대로 이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그들은 같은 핏줄이었으나 이제는 그렇게 달라졌다. 한쪽은 사람의 가축이 되고 다른 한쪽은 사람의 적이 된 것이다.

앞뒤에서 사람들의 공격을 받게 된 이리들이 물러가자 사리반 교수도 개들을 불러들였다. 이리와 개들의 싸움은 그로써 끝났다. 그 싸움에서 개들도 세 마리가 죽었고 두 마리가 다쳤으나 다른 개들에게는 아직 썰매를 끌고 갈 힘이 남아 있었다.

용감한 썰매개들은 사람들이 피워 놓은 불이 활활 타오르자 그 옆에 길게 누워 푹 쉬고 있었다.

그 싸움에서 이리들은 모두 여덟 마리가 죽고 네 마리가 다시 살아나지 못할 정도의 중상을 입는 것으로 밝혀졌다.

싸움은 역시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개들의 승리였다.

참패를 당한 이리들은 사람들의 마을 가까이에 있는 영토에서 물러났으며 다시는 되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따라서 그동안 이리들이 지배했던 알래스카의 극한지역도 더 이상 이리들이 지배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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