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대전 동구 중앙시장 생선골목에서 10일 오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6개 기관 30여 명의 감식요원들이 화재감식 합동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한 대전 동구 중앙시장 생선골목에서 10일 오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6개 기관 30여 명의 감식요원들이 화재감식 합동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수연 수습기자
"아이고, 안타까워서 어떡해…."

10일 오전 10시 대전 동구 중앙시장 생선골목 앞. 전날 새벽에 있었던 화재로 시장 곳곳에서는 피해상인들의 한숨 소리와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내온 동료들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골목 앞 분위기는 진지했다. 시장 입구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피해점포 출입이 통제되고, 그 앞을 경찰관들이 지키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전기안전공사·손해사정인 등 6개 기관 30여 명과 함께 합동조사를 벌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화재감식 합동조사는 화재당일 진압에 주력했다면 본격적인 화재 원인과 피해규모 등을 밝히기 위해 이뤄진다. 점포 출입이 통제됐음에도, 시장 앞은 합동조사를 기다리는 상인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 40분쯤 국과수 차량이 중앙시장 생선골목에 도착해 흰 작업복을 입은 요원들이 차에서 내리자 분위기가 술렁였다.

새까맣게 타버린 점포 안은 화재당일보다 더 처참했다.

요원들이 플래시를 비추자 불에 탄 점포 안은 더욱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요원들은 처음 불길이 시작된 공중화장실을 시작으로 피해 점포를 넘나들며 꼼꼼히 조사했다.

완전히 타버린 냉장고·폐기물의 잔재를 치우며 점포 안쪽으로 진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 피해 점포들은 대부분 2층에 창고형 다락이 딸려 있는 형태였다. 요원들이 다락 위로 진입하기 위해 천장을 뜯어내자 잿더미가 와르르 쏟아졌다.

그들은 뜯겨나간 천장 사이로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 화재 진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시장 한 켠에서 조사현장을 바라보던 한 상인은 "우르르 와서 조사를 하면 뭐하나, 당장 장사를 못하게 생겼는데"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빠른 대응으로 피해규모를 최소화해 한숨을 돌린 대전시와 소방당국과는 달리, 명절을 앞둔 피해상인들은 고민이 깊다.

시장입구에서 반찬과 전을 팔던 상인 최모(42·여) 씨는 "임시천막이라도 쳐서 명절 전에 장사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기를 바란다"며 "전통시장은 화재보험 가입 자체를 안 받아주는 보험회사가 많고, 유일하게 한 군데 가입을 받아준 곳도 제일 적은 단계의 보상액뿐"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잔재들을 치워가며 조사를 해야 한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밝혀내는데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피해점포 철거는 구와 소방당국에서, 시에서는 잔재 및 쓰레기 처리를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조수연 수습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수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