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한 설문조사에서 전국 성인 1006명에게 물은 결과 78%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약속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등이 국민의 눈높이에 들어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학기술계의 취임 100일 성적표는 어떨까.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과학 정책은 많은 과학기술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기존의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권한과 정부출연연기관의 운영비·인건비 조정권한, 기획재정부 R&D 지출한도 설정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부여했다. 한 해 20조 원이 넘는 R&D 예산을 기획재정부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책정하는 것에 과학기술인들은 큰 기대를 품었다. 과거 정부에서 성과주의예산제도(PBS)를 운영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관료 조직이 예산권을 쥐어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 기술 개발이 이뤄졌고, 새로운 과제를 기획해 예산을 따오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인의 이목은 예산권을 쥔 과기혁신본부에 쏠렸다. 기재부와 옛 미래부가 권한을 놓고 힘 겨루기를 할 때 당연히 본부장은 과학기술계 인사가 돼야 한다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새로운 권한을 부여받은 과기혁신본부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 놓인 과학기술계의 헤드쿼터 역할을 해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바라기도 했을 것이다.

기대는 여전하다. 현실은 아직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다.

과학기술인들의 이목이 쏠린 과기혁신본부는 본부장을 아직 찾지 못했다. 새 정부가 지목한 박기영 교수는 임명 나흘만에 자진사퇴했다. 12년 전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된 일로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본부장이 공석이 되면서 과기혁신본부의 권한에 대해 기재부와 협상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 걸음 중이다.

많은 국민들이 새 정부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과학계는 그렇지 못할 듯하다. 나아가야 할 길은 제시했으나, 이끌어 나갈 이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결과다. 그렇다고 낙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제 임기의 5.4%가 지났다. 새 정부가 남은 94.6%의 임기 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기 바란다. 김달호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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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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