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한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때론 그 가족과 주위사람들까지 황폐화 시켜버리는 우울증이란 무엇일까요. 누구나 조금씩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처럼 우리는 살면서 수도 없이 우울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그 때 마다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 우울이나 슬픔이란 감정은 수 일 또는 수 주일 내에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슬픔이나 우울이 수 개월 혹은 수 년 동안 지속되면 공허와 무기력감이 생기게 되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지며, 사소한 결정조차 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불면증이 생기고 많은 감정적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게 됩니다. (심한 체중 증가 혹은 체중 감소도 수반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아무리 기운을 내보려고 노력하지만 죄의식과 자괴감으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때론 아무 때나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울증이란 감기처럼 하루아침에 걸리지 않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다가와 깊은 수렁에 빠트려 버리기 때문에 병이 깊어지기 전에는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슬픔이나 우울, 죄의식, 자괴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수일 혹은 수 주일내에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 감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 시기에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쉽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열이 나는 신체의 변화를 걱정하는 것처럼 우울한 감정을 갖는 것도 걱정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강인한 정신을 소유한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우울증을 정신이 나약해 걸리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체적으로 누구는 건강하게 태어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듯, 정신력의 정도도 선천적으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닌 태어날 때 주어진 것이란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울증에 처방되는 약들은 효과가 좋기 때문에 우울증 치료에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주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복용 시 효과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약에 의존하지 말고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 등으로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는 노력을 꼭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SSRI계 항우울제는 기분을 좋게하는 호르몬이 뇌 속에 유지되도록 해주는 것이지, 만들어내지는 않기 때문에 수개월이나 1년 후부터는 효과가 떨어져 결국 본래의 호르몬부족으로 고통을 받게 되고 약을 끊으면 상태가 더 나빠지게 됩니다.

식이요법으로는 도정하지 않은 곡물, 견과류와 씨앗류, 신선한 과일과 야채, 저지방 또는 무지방 유제품, 생선, 두부, 달걀 등의 양질의 저지방 단백질 식품을 위주로 한 식단으로 적게 먹으면서 식사와 간식을 규칙적으로 해 혈당을 유지하는 것이 우울증을 없앨 수 있는 한 방법입니다. 반면 설탕, 정제탄수화물, 술, 카페인, 가공식품들은 맛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분을 우울하게 하는 식품입니다.

또 우리가 모르고 복용하는 약들이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트레티논(로아큐탄, 아크날, 이소트렌 등), 역류성식도염이나 위궤양치료제인 위산차단제 (라니티딘, 파모티딘, 시메티딘), 불안 불면증에 처방되는 알프라졸람(자나팜, 자낙스, 알프라졸람) 혈압약의 일종인 베타 차단제(경구용과 안약), 경구용 피임약, 갱년기 이후 사용되는 호르몬대체약물, 프레드니솔론 등이 기분을 저하시키는 주요 약물이므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주향미 약사<대전시약사회 여약사담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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