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개헌을 통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즉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다수 국민이 동의해 주지 않을 것 같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엊그제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다. 이 총리가 과연 무엇을 근거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헌법에 수도 규정을 신설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의 64.9%, 일반국민의 49.9%가 찬성한다는 지난달 정세균 국회의장실의 여론조사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상황인식이다. 총리가 객관적 자료를 도외시한 채 국민 대다수가 수도 이전에 부정적일 거라고 단정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현재의 수도권 집중이 안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고 밖으로는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점을 이 총리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바로잡아보자는 것이 행정수도 특별법의 취지이고, 세종시 건설은 그 당위성이 구체화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궤를 같이 하는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에 시작된 세종시의 대장정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뒷받침해야 할 초대 책임총리의 인식이 이 정도라는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더욱이 헌법에 수도 규정 신설과 관련, "(수도는)헌법재판소에서도 관습헌법이라고 했다"는 대목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성문법이 기본인 나라에서 해괴한 불문법의 논리를 들이대다니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문 대통령은 누차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언급을 해왔고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약속했다.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행정수도는 개헌의 핵심이랄 수 있다. 때문에 이 총리의 발언은 개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충청지역에서는 혹여 청와대와 교감 아래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종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총리는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고 국민들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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