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학종시대의 꽃 `체험활동보고서` 작성요령

여름방학이 끝났다. 학교와 학생들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개학을 즈음해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땀 나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체험활동보고서`다. 옛날 성적표와 달리 요즘 학교생활기록부는 학생들의 교과성적과 비교과 이력을 모두 담아 낸다. 특히 6번 항목의 `창의적 체험활동`(고등학교는 7번)과 7-2번 항목인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고등학교는 8-2번)은 주요 대학과 특목·자사고가 눈 여겨 보는 대목이다. 그 중에서도 인성과 전공적합성, 창의성, 잠재력 등을 두루 평가할 수 있는 6번 항목은 `나 만의 변별력`을 보여줄 최고의 기록이 된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쓰느냐`다. 아무리 여름방학 동안 알찬 체험활동을 했더라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면 낭패다. 요령은 있다. 좋은 체험활동보고서는 대부분 `짜임새 있는 사전계획`과 `가치있는 활동 프로그램`, `확장된 심화활동`이라는 3박자를 갖췄다.

◇사전계획이 `반`이다

많은 학생들이 체험보고서를 쓸 때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어려워한다. 단순히 제출하기 위한 보고서를 쓰는 경우도 많다. 그때 그때 인상 깊었던 장면만 나열하거나 두서 없이 모든 과정을 기록하기 일쑤다. 이유는 사전계획이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체험보고서는 흩어져있는 활동 내용을 종이 위에 기록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현장에서 메모하고, 사진 찍고, 입장권과 안내문을 수집했더라도 `마스터플랜`이 없으면 꿸 수 없다. 하지만 사전계획이 치밀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전계획을 세울 때는 자신의 진로나 관심사와 관련 있는 활동이 좋다. 관심이 있으면 자료조사나 관련 교육 등 구체적인 활동에 몰입하기 쉽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학생들이 역사탐방을 떠난다고 할 때 어떤 학생은 역사 인물에 관심을 갖고, 어떤 학생은 사건에 더 귀를 기울인다. 또 어떤 아이는 문화재와 건축물에 집중하고, 또 다른 학생은 디자인에 의미를 둔다. 단순히 `역사탐방`이라는 제목만 가지고는 학생 개개인마다 다른 관심사를 체험보고서에 녹여내기 힘들다는 얘기다. 때문에 사전계획을 세울 때 처음부터 주제와 범위를 좁혀 두면 특별하고, 효과적인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사전조사`다. 가고자 하는 체험 내용을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으로 다른 사람들의 체험기를 미리 읽어 보면 도움이 된다. 사전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고, 집중적으로 관심을 둘 만한 것을 알아 둘 수도 있다.

◇메모와 사진은 영원하다

시각적인 자료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체험프로그램 마다 사진을 찍어두고, 촬영한 장소와 활동에 대해 꼼꼼하게 메모를 해 둬야 좋은 보고서를 쓸 수 있다.

메모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날짜, 날씨, 장소, 준비물과 함께 체험 목적, 주제, 내용을 함께 써 두면 좋다. 단, 프로그램 내용을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체험을 중심으로 촌평을 다는 것이 쉽고 빠르다. 느낀 점, 깨달은 점, 새롭게 알게 된 점과 앞으로 더 알고 싶은 점을 써 두면 체험보고서를 작성할 때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저학년의 경우 간혹 체험 목적과 관련 없는 메모만 잔뜩 쓰기도 하는데 중간 중간 자녀에게 체험학습의 주제를 일깨우는 것도 필요하다.

입장권이나 안내문 등의 자료를 보고서에 스크랩 형식으로 첨부하는 것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사진 등의 자료 옆에 간단하게 한 두 문장의 설명만 달아도 좋다. 사진을 찍지 못했다면 현장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을 그림이나 표로 그려 넣는 방법도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가 어려운 초등 저학년일 경우, 시각 자료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짧은 동영상을 만드는 것도 색다른 방법이다. 요즘은 휴대전화 동영상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 미리 어떤 장소에서 무슨 내용으로 촬영을 할 지 시나리오를 짜 두고, 형식도 다큐멘터리, 영화, 뮤직비디오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틀에 박힌 형식은 없다

체험활동보고서는 정해진 틀이 없다. 일기문이나 편지, 신문기사, 만화, 시나리오 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다. 스스로 보고 느낀 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이면 아무래도 좋다. 자신 만의 보고서를 쓰면 활동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고, 좀 더 많은 자료를 찾는 노력이 뒤따른다. 보고 들은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추가해 글 쓰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라면 만화로 그려보고,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각 프로그램을 신문기사 형태로 써보는 것도 좋다. 생생한 현장을 영상으로 취재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제출하는 것도 창의적인 발상이 될 수 있다. 여행기 형태도 좋다. 체험지역의 전체 지도를 기반으로 날짜별로 프로그램과 자신의 움직인 동선을 정리하면 실감나는 보고서가 된다.

사실 체험보고서를 작성할 때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대화`와 `토론`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체험 내용에 대해 `안다`고 하지만 실상은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하다. 체험보고서는 직접 손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습득하는 게 목적이다. 때문에 보고서를 쓰면서 체험학습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학생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체험보고서의 진짜 의미다.

(사)한국미디어교육진흥원의 조근주 이사장은 "체험보고서는 논리적인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얼마나 학업역량을 심화시켰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체험이 진짜 지식으로 체득될 수 있도록 부모가 개입해서 질문을 유도하거나 같은 체험활동을 한 학생들끼리 토론회를 여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권성하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권성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