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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보에 막힌 수생태계 순환…물고기가 살아야 우리도 살죠"

2017-09-03기사 편집 2017-09-03 16: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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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오디세이] 황선도 해양수산과학자

첨부사진1황선도 박사는 "금강하굿둑을 열어야 서해와 금강의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며 "충남과 전북, 군산과 서천이 모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호철 기자
지느러미가 탄탄하다. 진한 비린내가 풍긴다. '토종 과학자', '물고기 이야기꾼'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황선도 박사의 첫 인상이다. 서식처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 그의 이름은 생태복원실장이다. 군산 갯벌 옆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서 이 문제의 해양수산과학자를 만났다. '물고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황 박사는 과학과 인문학, 해양과 수산, 바다와 강, 군산과 서천을 오가며 거침없이 헤엄치는 중이다. 이질적인 것들을 허문 뒤 버무리고 녹여내 물고기가 살기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게 그의 업(業)이다. "저기, 서천이 보이시죠. 한산이 어머니 고향인데 논산 산골로 시집을 가셨어요. 물고기를 구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희한하게 밥상에 비린내가 끊이지 않았어요. 어려서 즐겨 드시던 생선을 어떻게든 구해 자식들에게 해주신거죠. 팔자인 거 같아요."



- 아무리 그래도 바다라곤 볼 수 없는 곳에서 살지 않았나? 어쩌다 바다와 그리 깊은 인연을 맺었나?

"사실 우주 탐험가가 꿈이었다. 그래서 천문학과에 가려고 했는데 당시 전국에 두 곳밖에 없었다. 마침 장학금을 준다기에 해양학과를 선택한 거지."

- 어떤 일을 하고 하는지 설명해달라.

"안정적 수산자원 확보와 연안 생태계를 건강하게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갯녹음이 발생한 해역에 해조류 등을 조성해 해양수산자원의 서식처를 만드는 바다숲이라든가 바다목장 조성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총허용어획량 제도 운영과 해양생태체험관광 업무도 있다. 아, 최근 논문을 하나 쓰고 있네."

- 내용을 귀띔해 줄 수 있겠나?

"서해안쪽에 나오는 문치가자미 자원평가를 하고 있다. 자원량이 얼마나 되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전 직장인 서해수산연구소에서 했던 건데, 10년 지난 걸 다시 끄집어내 보고 있다. 제가 안 해도 되는 일인 데 연구하는 게 습관이 돼서 취미활동처럼 하고 있다."

눈문으로 대화 주제가 옮겨가자 '물고기 박사'의 눈은 어안(魚眼)처럼 변했고 목소리는 올라갔다.

"참 속상한 연구물이 하나 있다. 새만금 방조제가 들어서기 전 만경강 쪽은 자연하구였다. 금강은 막힌 하구(河口)이고. 방조제를 만들기 전과 후 물고기 변화상을 연구한 내용이다. 그런 연구 결과를 반영해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면 과학의 모든 자료들은 수단으로 전락하더라.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정보도 개발론을 이기지 못한다는 거지. 공동으로 연구한 후배 학자가 가지고 왔기에 정리해 외국에 논문을 냈다."

- 금강하굿둑에 천착해 왔는 데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뱀장어는 실뱀장어 상태로 금강으로 올라와 민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민물장어라고 부른다. 바다에 나가 자라서 돌아오는 연어와는 정반대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우연히 용역을 맡게 됐다. 얘네는 올라가야 하는데 하구에 둑이 있는 거다. 어도를 타고 가야 하는데 어도가 실뱀장어처럼 꼬물꼬물 기어서 올라가야 하는 물고기에게 적당하지 않게 만들어져 있더라. '한국형 어도' 특허를 낼 정도로 떠들고 다녔다. 개선이 안 되더라. 실뱀장어가 어미가 돼 다시 내려와서 괌 옆에서 산란을 하고 그 새끼가 댓잎뱀장어 형태로 너폴너폴 와서 금강 하구에서 실뱀장어 형태로 변태해서 올라가야 한다. 이 사이클이 무너진 거다. 인간이 만든 걸 개선하거나 문을 여는 게 근본적인 방법 아니겠나?"

- 대안은 뭔가?

"거꾸로 말하면 농업용수는 어쩌느냐는 그런 건데 지금은 농사가 많이 줄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 한번 제대로 고민해보자는 거다. 바다 쪽도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이건 이거대로 방향을 잡아두고, 농업용수를 다른 방법으로 조절할 수는 없는지 아니면 시기를 달리해서 수위를 조절할 수는 없는지 연구해 보자는 거다. 최소한 생물들이 올라오는 시기에 열어주거나 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나?"

- 구체적으로 들려달라.

"당장 부수자는 것도 아니다. 하구에 있는 물고기가 살아야 밥(쌀)도 먹고 반찬(수산물)도 먹지 않겠나. 부처끼리 협의는 할 수 있는 문제다. 4대강 보에만 관심이 있다. 이건 둑 수준이다. 보를 다 해결해도 둑에 다 걸린다. 요즘, 땡큐 이명박이다. 당신이 쓸데없는 짓을 해서 국민적 관심이 생겼으니. 보를 해결하면 그 다음엔 둑에 관심을 가질 테니. 과학을 제대로 보면 사회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 새 정부를 향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과학 정책이 아쉽다. 인사를 보더라도 그렇다. 4차 산업혁명 한다고 IT에 무게를 둔다. 환경도 미세먼지와 수질, 이런 건 있는데 생태 쪽은 글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 정부라면 할 수 있다."

황 박사는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도발적이고 신선한 제안을 했다. 금강하굿둑 일대 바다를 '물길 자유구역'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하굿둑과 4대강 사업으로 썩은 금강과 서해 생태계 복원을 위해 새만금개발청처럼 대통령 직속 또는 범정부가 대응하는 기구를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군산과 서천을 오가도록 '바닷가 순환트램'을 설치하자는 '바다 도시 살리기 프로젝트'도 구상 중 하나다. 날선 비판의 기저에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의지와 부처 간 공조 이외에도 충남도와 전북도, 서천군과 군산시라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벽을 허물어야 가능한 일이다. 황 박사는 "구례와 하동이 섬진강에서 소통하며 화합과 상생을 하고 있다"며 "금강의 물길을 살린다면 군산과 서천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거듭 역설했다.

- 서해가 황폐화되고 있다. 되살릴 방안을 조언한다면?

"금강은 물론이고 해변을 살려야 한다. 해변에 두 가지밖에 없다. 횟집과 모텔이다. 충남도 정책자문위원으로서 몇 차례 얘기했는데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다. 안희정 지사에게 권하고 싶다.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 춘장대해수욕장, 삼봉해수욕장을 가보라고. 대천해수욕장은 깨진 조개껍질로 만들어진 백사장이 최고다. 그런데 개발로 다 망가졌다. 무창포도 그런 길로 가고 있다. 춘장대는 조금 덜하고, 삼봉은 자연송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관광객이라면 어디로 가겠나? 대천해수욕장을 뒤덮은 건물을 뒤편 나대지로 이주시켜 워터파크 같은 시설로 만들고, 해수욕장을 복원한다면 해운대도 벤치마킹하지 않을까? 물론 수천억 원이 들겠지."

- 청양 지천 살리기 용역을 했는 데 살펴보니 어떻던가?

"참게가 올라가야 하는 데 보로 다 막혀 있더라. 이 조그마한 하천에 보가 36개나 된다. 하천 호안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근본적으로 이걸 해결해서 바다와 소통하게 만들고 그 다음에 다른 지천들 막힌 거 뚫고 하면서 생물도 살고, 미역도 감는 곳으로 바꿔야 한다. 천렵하던 향수까지 복원하면 문화가 되는 거다."

-'슬로 피시(Slow Fish)' 운동을 주창해왔는데.

"살충제 달걀 파동이 뭔가? 어업에서도 수산자원의 지속성장이 중요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도 책임을 나눠야 한다. 이제 좋은(Good), 깨끗한(Clear), 공정한(Fair) 수산물을 먹자는 거다. 우리 수준이면 그럴 때가 됐다."

- 물고기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면?

"나를 살려줘. 내 서식처를 내버려둬. 그래야 나를 이용할 수 있어."



"9월에 군산을 찾은 관광객에게 어떤 해산물을 추천하겠느냐"는 물음에 황 박사는 " 딱 지금이 제철"이라며 서천 홍원항의 전어를 권했다. 장항 바닷가 옆 포장마차에서 전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집 나간 며느리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이들의 식탁에 올리고 싶은 자연의 깊은 맛이 도회지의 그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금강하굿둑이 열린다면 군산 바닷가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슬로 피시'였다. 대담=송신용 대기자 겸 논설위원





20여년 바다 누빈 물고기박사 대중의 언어로 해양지식 전파

황선도박사는



물고기 사주를 보는 '물고기 박사'다. 멸치와 고등어 귀 속 이석에서 비밀을 찾았다. 이석을 쪼개 단면을 보면 나무 나이테처럼 나이를 알 수 있고, 심지어 며칠에 태어났는지 밝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얼마나 파격적인 논문이었는지 국내 주류 해양수산학계에서보다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충남이 고향으로 30여 년간 우리 바다를 누비며 바닷물고기를 연구해왔다. 대학에서 해양학(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고등어 생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태평양생물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을 하면서 연어를 사랑하는 현지인들의 삶에 깊이 매료됐다. 도쿄대학교 연구원들과 태평양을 누비며 뱀장어의 산란생태를 연구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을 거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일하며 열세 차례 이삿짐을 싸고 풀었다.

'황구라'라는 별명이 제격인 인물이다. 인문학과 과학을 넘나들며 대중을 사로잡는 특유의 입담과 글발은 내공에서 비롯됐다. 행정용어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구사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 같은 고전을 섭렵한데다 바다에서 체득한 경험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최근작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서문의 '제주에서 쓰기 시작해 해운대에서 다듬고 군산에서 매듭짓다'라는 구절에서 왕성한 활동력과 열정을 짐작케 한다. 맛은 알되 정체가 묘연했던 해산물의 비밀에 다가가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비린내 짙은 명저다.

스스로를 마이너리티, 이방인이라고 부르면서도 융합과 협업을 강조한다. '해양은 수산의 토대이고, 수산은 해양의 결과물'이라는 철학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50편 넘게 논문을 썼고,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일간지에 '생생 수산물 이야기', '漁(어)!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을 연재하며 전문지식의 세계를 대중의 언어로 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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