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기리들의 무리가 머물고 있는 그 야산에는 동굴도 있었고 호수도 있었으나 짝짓기를 하려고 그런 곳에 들어가는 암수는 없었다. 코끼리의 암수는 동굴이나 물속에 들어가 짝짓기를 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무리를 장기적으로 관찰하여 코끼리들의 짝짓기를 알아보려는 브라운교수의 계획은 실패했으나 박사는 그래도 계획을 포기하지않고 꾸준하게 계속하고 있었다.

그래서 박사에게 기회가 왔다. 어느날 무리 안에 있던 중년의 암컷 한 마리가 여두목 몰래 무리에서 빠져나갔다. 그 암컷은 한창 발정이 되어있었는데 두목이 출산을 하려고 누워있는 만삭의 암컷을 돌봐주고 있는 틈을 타서 무리에서 빠져나갔다.

그런데 무리들에 살고있는 야산 중복 밑에 잡풀밭이 있었는데 거기에 수컷 한 마리가 숨어있었다. 역시 한참 발정이 되어있는 수컷이었다.

그 잡초 밭에는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잡풀들이 무성했는데 거기서 한창 발정이 된 중년 암수가 만났다. 그곳은 밀회를 하는데 좋은 장소였다. 두 마리가 거기서 짝짓기를 해도 두목에게 발각될 염려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두 마리는 마음놓고 짝짓기를 시작했고 브라운박사의 망원경의 초점이 거기에 맞추어졌다.

그 중년 코끼리 암수는 짝짓기에 능숙한 녀석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서로 몸 냄새를 뿌리고 그 냄새를 맡으면서 잡풀숲속에서 만났다.

그들은 그렇게 마나자 먼저 긴 코를 상대의 코에 감아 흔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악수를 하는 셈이었다. 손대신 코로 악수를 한 것이었다.

그들 암수 코끼리는 그 다음에는 서로 몸을 붙였다. 사람으로 치면 포옹을 하는 셈이었다. 포옹을 한 그들은 그 다음부터 코로 상대의 몸을 애무했다. 짝짓기에 앞서 하는 애무였고 짝짓기의 전희이기도 했다.

"한다. 이제 그들이 짝짓기를 한다"

브라운박사는 보마에서 나와 신속하게 코끼리의 암수들이 만나고 있는 잡풀숲안으로 기어들어갔다.

박사도 야생동물들의 짝짓기를 조사연구하다가 그런 일에 능숙하게 되었다. 박사는 납작 엎드려 소리없이 기어갔는데 암수 코끼리들도 짝짓기에 열중하여 가까이 오는 박사를 발견하지 못했다.

숲속이 뜨거웠다. 거대한 두 마리의 코끼리들이 발사시킨 체온으로 숲속의 공기가 견디기 어려워질 정도로 더웠다.

박사는 그래도 오래도록 기다리던 기회를 놓치지않으려고 참았다. 코끼리들 뿐만 아니라 박사 자신의 체온도 올라가고 있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