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풍성한 먹거리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렇게 좋은 명절에도 자칫 방심하면 건강을 해칠 위험도 있다. 심리적으로 기분이 들뜨기 쉬워 몸에 무리를 주거나 자신의 건강상태에 방심하기 쉽다. 장거리 운전, 불규칙한 생체리듬, 과음이나 과식, 주부들의 과도한 가사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 곳곳에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잠재해 있다. 건강을 챙기면서 즐거운 추석연휴를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유병연 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말아본다.

◇장거리 운전 시 주의사항= 추석 연휴에 느끼는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장거리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 출발이나 밤샘 이동을 하고 나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낮에 쉬더라도 몸이 정상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 창문을 닫고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 몸 안에 이산화탄소가 축적돼 졸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단순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육피로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장거리 운전으로 오랜 시간 앉아 있게 되면 다리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다리가 붓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다리의 정맥에서 혈액이 응고되는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

적어도 1-2시간에 한번 정도는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동안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것은 나쁜 습관이며, 등받이는 90도로 세우는 것이 좋다. 엉덩이는 뒤로 바짝 밀착시키고 운전대와는 발로 클러치를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지는 정도의 거리가 바람직하다. 푹신한 방석을 깔면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두 배나 되는 하중이 가해져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음과 과식은 금물= 예전과 달리 평소 먹을 것이 풍부한 지금은 명절 음식은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요주의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깨를 넣은 송편 5개는 밥 한공기의 칼로리이고, 식혜를 한 컵 마시면 200 칼로리의 열량이 나오게 된다. 또 전이나 부침, 튀김류에는 식용유가 많이 사용된다. 따라서 명절 음식을 먹다 보면 자연히 높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열량과 지방식을 제한해야 하는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선 열량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음식가짓수를 줄이고 섭취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개인 접시에 담아 평소에 먹던 양을 대충 계산하며 먹는 것이 좋다. 또 나물이나 야채 등을 충분히 먹어서 미리 배를 부르게 하면 과식을 피할 수 있다.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위주로 소량을 천천히 잘 씹어 먹도록 한다. 너무 맵고 자극적인 것, 질긴 것이나 딱딱한 것은 대장의 방어작용에 의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자꾸 속이 불편하다고 눕기보다는 똑바로 앉거나 일어나 걷는 것이 좋다. 연휴기간 동안에는 문을 닫는 약국이 많으므로 간단한 소화제 정도는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안전사고 주의= 추석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날카로운 물체에 베었을 때에는 먼저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압박 지혈한 후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약 손가락 등이 절단된 경우라면 잘린 부분을 깨끗한 젖은 천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은 후 얼음물에 담아 응급실로 간다. 지혈제를 뿌리거나 절단된 손가락을 소독용 알코올에 넣는 경우 조직이 망가져 접합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화상을 입었을 때에는 깨끗한 찬물로 통증과 열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10분 정도) 상처를 식히고 물집이 생겼으면 터뜨리지 말고 감싼 후 병원에 가도록 한다. 민간요법으로 간장이나 된장, 심지어 담뱃가루까지 바르는 경우가 있는 데 이는 2차 감염을 일으켜 상처를 오히려 악화시키므로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재빨리 119로 도움을 요청하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급하다고 무리하게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다 보면 이송과정에서 자칫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성묘길 유의사항= 성묘를 갈 때에는 야외 3대 열성질환으로 알려진 렙토스피라와 유행성출혈열, 쯔쯔가무시증을 예방하기 위해 풀밭에 눕거나 맨발로 다니지 않아야 한다. 성묘 후 10일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고열, 두통, 기침 등 증상이 감기와 혼동 할 수 있으므로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풀밭이나 산에서 함부로 드러눕거나 맨손, 맨발을 드러낸 채 다니지 말고 농사일을 돕기 위해 논에 들어갈 때도 반드시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 한다. 특히 대전·충남지역은 쯔쯔가무시병이 많이 발병하므로 열과 함께 발진이 나고 물린 자국이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산에 갈 때는 긴소매의 옷을 입는 게 무엇보다 안전하다.

벌에 쏘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벌에 쏘이면 처음에는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붓고 시린 느낌이 든다. 먼저 독침을 집게로 빼내고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항히스타민제를 바른다. 문제는 침 독에 의한 알레르기 과민반응성 쇼크이며, 혈압이 떨어지고 목이 부어 질식 위험이 높아진다. 의식이 있다면 앉힌 뒤 호흡을 도와주고 응급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박영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