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경영학과 재학, 소품아티스트 허선재

언제든 쉴 수 있는 그네가 된 새끼 손가락. 이어폰에서 쏟아지는 음표로 샤워하는 사람. 빗자루의 솔 위에는 농부의 가을걷이가 한창이고, 손똡깎이의 손잡이 위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처녀가 널을 뛴다.

`소품 아티스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허선재 작가의 작품들이다. 단순한 그림이지만 낯설지 않은 생활 속 소품과 만나면 무릎을 칠 정도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허 작가는 대전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 재학생(23)이다. 그가 소품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히 한 입 베어 문 붕어빵 덕분이다. 2015년 12월 의무경찰로 복무하던 때부터 시작된다. 민원인이 건넨 붕어빵을 베어 먹다가 빈 자리를 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재미 삼아 사람 얼굴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 화제를 모았다. "소품이 그림과 어우러지면서 입체감이 강해지고, 신선함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재미삼아 SNS에 그림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제법 좋았습니다."

미술 실력은 초등학교 때 학원을 다닌 게 전부다. 스스로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고 손사레를 치지만 그의 소품 아트에는 `누구나` 따라하기 쉽지 않은 아이디어와 타고난 관찰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환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년 남짓한 사이에 SNS에 업로드한 작품만 430여 점에 달할 정도다. 조회 건수는 1만 건을 넘었고, 최근 한 출판사와 작업한 `다이어리`는 조기 매진되는 성과를 거뒀다. 요즘은 인디밴드의 앨범 표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허 작가는 광고천재 이제석씨가 롤모델이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경영학 공부를 기반으로 광고 업종에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겠다는 계획이다. "좋아하는 것(그림)이 전공이 되고, 직업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현재 배우고 있는 경영학 역시 자신 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공부이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과 학문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지금 저의 목표입니다."

남다른 학구열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의 허선재를 만든 멘토 문재승 교수(경영학과장) 때문이다. 문 교수는 허 작가의 능력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본 은인이기도 하다. 허선재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데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앞장 섰다. 평범함에서 대단함을 이끌어 내는 반짝임을 눈 여겨 봤고, 제자의 앞 길을 터주는 참스승의 역할을 했다.

"그저 장난 삼아 끄적이는 낙서 정도로 여길 수 있었지만 교수님은 이상한 것이 아닌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인정해 주시고, 특출난 재능이라고 끊임없이 격려해 주셨어요. 그동안 받은 내리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데 쏟을 생각입니다."

허 작가는 조만간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자신 만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모교인 대전대학교의 `열린 인재 교육`을 세상에 알린다는 포부다.

김훈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훈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