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신분을 망각하고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의사 남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제1 형사부(한경환 부장판사)는 11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45)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11일 밤 10시 30분쯤 충남 당진 자신의 집에서 아내가 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자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자신의 병원에서 가져온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범행을 위해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허위 처방전을 발급해 수면제를 미리 준비했고, 골격근이완제인 약물도 병원 명의로 구입하는 등 계획적으로 살인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A씨는 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집에서 아내를 살해하려 했으나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등으로 아내가 병원으로 이송된 지 일주일 만에 깨어나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아내의 재산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내를 살해한 직후 상속인의 지위를 내세워 아내의 부동산 및 자동차의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하고, 아내 명의의 예금을 모두 인출해 현금화 했다. 또 아내의 보험금까지 수령하는 등 약 7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인 이익을 취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재혼한 아내의 도움으로 성형외과를 개업한 A씨는 아내 명의의 수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아내를 살해하는 극단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기존 채무로 인한 금전문제, 전처에 대한 양육비 지급문제 등으로 아내와 극심한 가정불화를 겪어오다 아내와 이혼을 하면 아내의 도움을 받아 개원한 자신의 병원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아내가 사망하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재산도 단독상속할 수 있다는 생각아래 범행을 저질러 죄가 매우 무겁다"며 "한 차례 아내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후에도 이를 단념하지 않고 심정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을 악용해 사전계획에 따라 아내를 살해하고 병사로 위장한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누구보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의사로서 본분을 망각한 채 자신의 의학지식을 살인범행의 도구로 이용했다"며 "가족을 잃고 고통에 잠긴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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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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