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사고 전해인 2013년 접대비로 6000만원을 썼다. 이중 일부는 해경 향응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전 국민을 분노케했다.

반면 선장과 선원들의 안전교육을 위해 써야 할 교육비는 54만원에 불과했다. 접대비를 줄이고 안전교육비로 썼더라면 그렇게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일어났을까?

`접대`는 손님을 잘 대접한다는 좋은 뜻을 가진 말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만은 아직도 남성중심의 왜곡된 술 접대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하루저녁 술값이 수백만원에 이르고 술자리는 각종 청탁과 이권이 오가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세금 탈루의 주요 루트로도 활용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이런 접대비를 줄일 목적으로 건당 50만원 이상 접대비 지출시 이름과 장소, 목적 등을 밝히는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했다. 향락산업의 번성을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9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경기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는 사이 접대비는 해마다 증가했고, 이를 막아보겠다고 도입한 청탁금지법 역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접대비가 1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김종민 국회의원(논산계룡금산)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업들의 접대비는 10조8952억원으로 지난 2015년 9조9685억원보다 9.3% 증가했다.

특히 청탁금지법 이후 은밀한 접대가 이뤄지는 `요정`은 지난 2015년 1032억원에서 지난해 1104억원으로 늘어 룸살롱과 단란주점에 이어 세번재로 법인카드 사용액이 많은 유흥업소가 됐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접대비를 줄인 돈이 직원들의 복지 증진 및 새로운 기술 개발, 제품 생산으로 이어져 국내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법 시행이후 농축산물이 크게 타격을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접대비 감소가 없는 상황에서 법을 완화하는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떨어진다. 국민 4명 중 1명 역시도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자`는 의견을 보였다. 고가의 접대를 받아본 적 없는 국민 대다수는 특정인에게만 불리한 법을 왜 개정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개정 논의가 더 신중해야 할 이유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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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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