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자녀를 둔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내 아이가 1년 혹은 3년 이상 생활하게 될 유아교육기관의 선택이다. 늘 이슈가 되는 것이 바로 `영유(영어유치원)`이다.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유아영어교육과정이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인정한 유아학교로서의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는 사실과, 월 100만원에 달하는 고액수업료에 대한 비판은 매년 뉴스거리가 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엄마들의 영유에 대한 생각은 `경제적 여유만 되면 내 아이도 꼭 한 번 보내보고 싶은 곳`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필자는 영어유치부를 운영했었다. 실로 `영유`의 최전성기였던 시절이어서 연령 별 12명 정원이었지만 늘 대기자가 정원의 배 이상일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었다. 당시에는 정말 옆 집 아이가 보내니까 우리 아이도 안 보내면 큰일날 것 같은 엄마의 불안감에 영유를 선택하는 무지한 엄마들이 많았던 시대였다. 유아교육기관을 선택할 때의 불변의 진리는 어떤 교육기관이든 내 아이의 성향에 잘 맞고, 원과 원장의 교육관이 엄마의 교육관과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영어유치원을 선택하는 데에도 분명 존재하는 원칙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 아이는 영어유치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한 뒤 내 아이에게 적합할 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첫째, 모국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시기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중 또는 다중언어습득이 가능한 유아들인데, 모국어의 의사소통능력이 무슨 문제가 되냐고 반문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단체사회생활`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비단 영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쉽지 때문에 일단은 한국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는 데 무리가 없거나, 단체생활을 경험해 본 만 5세 전후의 유아가 적당하다.

둘째, 평소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해 거부감이 없는 아이이어야 한다. 영어로만 하루에 몇 시간씩 원어민 선생님과 친구들과 대화하고, 생활하면서 연령별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생활문화를 체험하기 때문에, 영어노출이 적었던 아이는 적응하기 힘들어 한다. 엄마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이 부분인데, 영어를 잘 하는 아이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영어에 거부감이 없고, 오랜 기간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영어에 노출이 된 아이가, 알파벳을 다 알고, 단어도 많이 알지만 영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보다 영어유치원에 훨씬 재미있게 적응하며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셋째, 외향적인 성격의 호기심이 왕성하며 도전적인 아이에게 적합하다. 어렸을 때 안정적인 색다른 환경에서 진행되는 경험과 지식탐구는 유아의 인지 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오히려 지적 호기심을 더 강하게 느끼고 적극적인 흥미를 갖는 성향의 아이에게 영어유치원은 그야말로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행복한 장소일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 영어유치원을 선택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를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

첫째, 원장의 교육관과 교사들의 분위기이다. 영어유치원은 보통 10명 안팎 정원으로 일반 유아교육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고,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교사가 함께 관리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쏟는 관심이나 교육의 기회가 훨씬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교육 기관이기 때문에 강사들의 유아교육전문교사로서의 자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상담을 통해 면밀히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또한 원장과의 직접 상담을 통해 내가 추구하는 교육관과 조화롭게 공유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유아교육은 원에서만 결코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첫 상담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커리큘럼과 활동을 살펴봐야 한다. 간혹 영어 성취도만 앞세워 주입식 학습이 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유아기에는 다양한 영역별 통합적 활동을 통한 조화로운 발달이 유창한 영어구사력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어를 떠나 커리큘럼과 활동 내용 만으로도 내 아이에게 만족스러운 곳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위의 모든 상황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비용이다. 경제적 부담감이 너무 강하다 보면 절대로 행복한 가정과의 연계 교육이 일어날 수 없다. 부모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비용대비 만족감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한 후 결정해야 한다. 많은 경우 엄마와 함께 하는 홈스쿨링 영어가 비용 대비 만족감에서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아영어교육전문가 Susan Hong(수잔쌤 홍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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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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